오피니언 사설

GOP 총기 난사 사건, 병영을 확 바꿔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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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육군이 지난달 21일 동부전선 일반전초(GOP)에서 일어난 임모 병장의 총기 난사사건 수사 결과를 어제 발표했다. 요체는 소초(소대) 간부와 동료 병사로부터 무시와 따돌림을 당한 임 병장의 계획적 단독 범행이라는 것이다. 군 생활 적응에 문제가 있는 관심 병사인 임 병장은 사건 당일 초소 순찰일지에 자신을 놀리는 그림이 늘어난 것을 보고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역을 두 달여 앞둔 그는 ‘이런 상태로 사회에 나가도 살 수가 없다. 동료들을 모두 죽이고 나도 죽겠다’고 생각했다고 육군은 밝혔다.

 동기가 뭐든 전우를 향해 수류탄을 터뜨리고 조준사격까지 한 임 병장의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한 병사의 증오와 적의(敵意)가 저 지경까지 이르도록 방치한 군의 책임도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고립된 섬이나 다름없는 GOP에서 관심 병사를 보듬어가면서 함께 고락(苦樂)을 나누기는커녕 간부와 선임, 후임병사가 따돌리기나 한 병영 문화도 개탄스럽다. 이런 군대에 아들을 보낸 부모들이 제대로 잠이나 자겠는가. 이번 사건은 병영과 병영문화를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임 병장 검거 과정에서 밝혀진 소초장의 근무지 이탈을 비롯한 군의 기강 해이도 다잡아야 한다. 군의 총체적 쇄신이 없으면 강군은 요원할 뿐이다.

 관심 병사 대책은 발등의 불이다. 사건이 일어난 22사단의 경우 5명 중 1명이 관심병사다. 징병검사 때 심리 검사를 강화해 군 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사회 부적응자는 걸러낼 필요가 있다. 임 병장은 고교 재학 당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자퇴했지만 심리 검사에선 정상 판정을 받았다. 관심 병사의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군내 민간 상담관도 대폭 늘려야 한다. 부모 이혼 등에 따른 가족 해체 현상으로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젊은이가 입대하는 경우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외부와 격리된 부대원일수록 고민을 툭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절실하다. 튼튼한 안보는 건전하고 밝고 안전한 병영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