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독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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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나라 경상도만한 영토에 1천6백30만명의 인구. 이것은 대만의 외모다. 전인구의 약80%는 3백년이전부터 복건성·황동성에서 이주해온 이른바 「본성인」. 나머지 20%의 사람들은 대륙에서 장개석정권을 따라 피난온 「외성인」. 공용어는 북경어(표준중국어)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복건성 남부의 방언이 쓰이고 있다.
일견, 오늘의 대만은 국제적인 미아로 「표류하는 섬」처럼 생각된다. 「유엔」에서도 추방되고, 미국과도 국교가 단절된 상태다. 세계 어느나라도 사실 대만과 선뜻 악수하기를 꺼리는 것이 오늘의 세계정황이다.
그러나 최근 대만을 다녀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 내부의 평정에 놀라고 있다. 장개석총통은 생전에 주변의 격변속에서도 『장경자강, 처변불경』의 「슬로건」으로 국민을 안심시켰었다. 그의 후계자인 장경국총통도 역시 『인간에는 「평범」, 명리에는 「평담」, 일에는「평실」, 그 대자가 필요하다』고 응변했다. 그 의연함엔 변함이 없다.
요즘 외신이 전한 미국안의 「대만독립운동」은 좀 의아한 느낌을 준다. 이제까지 그런 운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벌써 1947년 이른바「2·28事件」은 상당히 심각한 국면의 것이었다.
그무렵 대만의 중국화촉진운동을 구실로 외성인 권력으로 본성인을 탄압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행방불명이 되었었다.
그뒤에도 미국·일본등에서 본성인에 의한「독립」운동이 비록 구호이긴 하지만 계속되어 왔었다.
한편 장정권에 도전하는 정적의 무리도 잇달았다. 왕세걸 임현군 임정립 오국정 손입인등은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들은 저마다 오직등의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다. 오국정같은 사람은 미국에 은신, 지금도 장경국정권에 반기를 휘두르고 있다.
그러나 장경국정권은 그런 잠재적인 불만을 행정개혁으로 흡수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그는 각료 가운데 본성인을 두배로 늘려 6명이나 기용했다. 대만성정부주석에도 본성인(사동민)을 임명했다.
그러나 오늘 대만의 번영과 의연이 정치적 안정보다는 「경제적안정」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은 흥미있는 일이다.
대만의 군사력이나 「카리스마」적 정치도 힘이 없는 것은 아니나, 만일 그것이 경제적 안정으로 뒷받침 되지 않았다면 상황은 사뭇 바뀌었읕 것이다.
북경에서도 으요「미소정책」으로 대만에「윙크」를 보내고 있는 것은 더욱 주목할만 하다.
북경은 대만의 강점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것이다.
지금 「워싱턴」에서 대만독립을 외치는 무리들이 있어도 그들을 격려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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