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경선과정 서운한 감정 잊고 하나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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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김무성 후보(왼쪽 둘째)와 악수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열린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을 찾았다. 현직 대통령이 여당 전당대회장을 찾기는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6년 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당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매달 2000원 이상 당비(6개월 이상)를 낸 책임당원이라 투표권이 있지만 투표를 하진 않았다.

 박 대통령은 오후 2시 전당대회 공식행사가 시작한 뒤 11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새누리당의 상징색인 빨간색 상의를 입은 박 대통령은 기립한 당원들의 함성과 박수를 받으며 입장했다. 빨간색은 박 대통령이 비대위원장 시절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당 이미지 쇄신을 위해 채택했던 색이다.

  박 대통령은 윤상현 사무총장의 경과 보고 때 “박 대통령이 참석했다”고 소개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당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허리를 숙여 다시 인사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전당대회에 참석하면서 그 의미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다. 청와대는 “당원으로 당의 최대 잔치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란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이 국가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이 담겼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권 주자 간 박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 의미에 대한 해석이 달랐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김무성 대표 측은 “박 대통령이 현장에서 당이 화합해야 한다는 메시지만 강조했고,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며 “투표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친박계인 서청원 최고위원 측은 현장에서도 “대통령과 서 의원이 가깝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려는 것”이라며 “자신과 뜻을 같이하며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 줄 당 대표를 선출해달라는 의미”라고 선전했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도 과거 박 대통령의 ‘대전은요?’ 발언을 빗대 “전당대회에 참석하신 박 대통령이 여러분에게 물으신다면 ‘홍문종은요?’라고 물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박심 마케팅을 펼쳤으나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축사를 위해 연단에 오른 박 대통령도 선거 과정에서 서청원·김무성 진영이 격하게 충돌한 것을 의식한 듯 “치열한 경선과정에서 주고받은 서운한 감정은 모두 잊고 새로운 지도부를 중심으로 하나가 돼 주시기 바란다”며 “우리 모두 하나가 돼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과업을 완수하면서 국민행복의 그날까지 힘차게 뛰어가자”고 당부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가뭄으로 강바닥이 드러난다면 위기일 것이나 그 위기는 강바닥에 쌓여 있는 묵은 오물을 청소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오늘 여러분의 손으로 선출하는 새 지도부는 앞으로 2년간 당을 이끌며 정부와 힘을 모아 대한민국의 대혁신을 이뤄야 할 막중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과 당원 여러분께 제가 바라는 것은 오직 국민을 위해 한마음으로 노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힘을 모아 국가 혁신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예상됐던 당·청 간의 소통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청 간 소통을 강조하는 것이 자칫 친박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메시지가 될 수 있어 아예 언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 도중 모두 21차례 박수를 받았다.

신용호·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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