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 변호인 변론 거절선언에|재판부·가족 모두 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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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김재규 등 박대통령 시해사건의 공판은 역사적 사실의 진상을 하나하나 가려내면서 열기를 더하고 있다. 김재규 피고인의 변호인단 해임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하던 법정에 또 한차례 충격을 주었다.
U11일하오2시3분. 점심식사를 위한 휴정이 끝나고 막 재판부가 속개를 선언했다.
『재판장님!』 김 피고인이 오른손을 번쩍 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오늘 이 시간 이후 나를 위한 모든 사설변호인을 거절합니다.』
재판부도 놀랐고 변호인·보도진·가족들이 모두 놀랐다. 사진기자들의「플래시」가 갑자기 터지기 시작했다.
이어 김정두 번호사가 김 피고인의 의도를 알기 위해 면접을 신청했고 검찰관은『편리한 곳에서 하라』 고 허락, 면접을 위해 공판은 휴정에 들어갔다.
하오2시11분부터 24분까지 별실에서 김제형·김정두·강신옥·황인철·홍남순·나석호· 조준희·이돈희·이돈명씨등 변호사9명과 면접에 들어갔다. 김 피고인은 이 자리에서 『나는 질질 끌려 다니는 것을 싫어한다. 오늘 상오 해임하려 했으나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 기다렸다. 소신에 변함이 없다』 고 말했다.
이때 법정 방청석에 있던 김 피고인의 누이동생 재선씨 (45) 는 『오빠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공판 전 면회를 한번밖에 못했기 때문에 모르겠다.
사설변호인은 어머니와 상의해서 가족들이 선임했지만 오빠가 거절하면 오빠의 뜻대로 하겠다』 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면접 후 김 피고인은 담담한 표정으로 별실을 나왔다.
하오2시37분 공판이 속개, 김 피고인이 해임 이유를 담담하게 설명한 뒤 이기주 피고인에 대한 검찰 심리가 시작되면서 김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한 명씩 총총히 서류가방을 들고 법정을 떠났다.
이어 하오4시52분부터 5시14분까지 22분 동안 법정별실에서 김 피고인은 국선변호인으로 선임된 안동일·신호양변호사와 면접을 가졌으나 김 피고인은 이들 변호인에게 아무 말도 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변호사는 면접 후 『김 피고인은 말을 안 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김 피고인의 누이동생 순희씨(34)는 『변호인단의 성의부족이나 그분들의 인격을 미흡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고 말했다.
5회 공판이 열린 12일 법정에는 가족 방청객수도 가장 적은 20여명에 지나지 않았다.
상오9시35분쯤 전날 해임 당한 김재규 피고인의 변호인 김정두 씨가 법정에 나왔으나 개정 직전인 상오9시57분쯤 정병들에 의해 퇴정 당했다.
김 변호사는『나는 김 피고인의 가족들로부터 위임을 받고 선임된 변호사이기 때문에 김 피고인이 해임했다 하더라도 계속 변호할 권한이 있다』 고 했다.
김씨는 『개정되면 재판부에 가족독립변호권에 따라 변호를 계속하겠다고 말하겠다』 면서 가족독립변호권에 따른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11일의 4회 공판이 끝난 뒤 김 피고인의가족들이 김 피고인을 면회했으며 이 자리에서 변호인해임조치를 번의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김 피고인은 눈물을 흘리며 거절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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