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C『날 저무는 하늘에』|노인문제 실감나게 다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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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TBC-TV가 지난주 『부부』2백회 특집으로 방영한 『새벽길』과 8일의 개국15주년 기념특집극 『날 저무는 하늘에』(3부작)에서 보여준 노인문제는 실감이 나는 것이었다.
앞의 『새벽길』에서 아들집에 갔으나 아침밥도 제때에 얻어먹을 수 없는 노부모의 처지나, 뒤의 『날 저무는 하늘에』에서 두 아들집을 왕래하면서 괄시받는 부모의 입장이 오늘날 핵가족제도의 문제점과 노인에게 주는 「아파트」주거의 불편, 고독을 잘 말해주고 있다.
아들의 불효는 과연 드세고 억척같은 며느리(아내)의 잘못인가, 아니면 엄처시하(?)에 있는 아들(남편)의 무능 탓인가. 부모를 어린아이「부양」하듯 한다해도 그럴 수가 없는데, 더구나 「공양」해야하는 것이 부모를 모시고 받들어야할 자식들이 자기 자식만큼 부모를 모른대서야 말이 될 일인가.
더 많이 「뿌리」를 깨우치는 지향성 있는 「드라머」로서 훌륭했다.
○…KBS-TV는 다른 방송국과 달리 일요일아침에 연속극을 방영하고 있는데 몇주전부터 시작된 『두 우리녀석』은 우리에게 감명을 주고 있다.
첫째 민방이 저녁 「골든·아워」에 역사류 아니면 「멜러드라머」를 방영하는데 비해 KBS는 그렇지가 않다는, 이른바 소재와 시간의 새로움에서 휴일아침의 차분한 기분에 고향을 생각게 하는 정감을 주는 「드라머」다.
순박한 어느 어촌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본심과 사심 뒤에서의 음모와 술수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MBC-TV의 지난주 『묘기대행진』은 오래간만에 묘기다운 것을 보여준 셈이다. 손재주와 발재주, 그리고 몸으로 어떤 신기한 일을 해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다시 말하면 눈으로 봄으로써 놀랄 수 있는 시각적 변화의 것이 되어야 하는데, 때로는 그렇지 않은 것이 있어 시청자들의 비위를 상하게 했다.
글재주라든가 그림재주, 또 암기·암송 등은 묘기가 아닐 것이다.
이밖에 지난주 『웃으면 복이 와요』특집「코미디」공개 녹화극에서 그 주제의식은 명랑사회와 이웃돕기운동의 개몽적인 면에서 좋았는데. 그 소재와 극적 전개가 좀 탐탁하지 않은 것 같았다. 논어를 맡기고 돈을 몇만원 꿔달라고 해서 선뜻 빌려준 것이라든지, 그 책 속에서 돈 10만원이 나왔다는 것은 어딘지 억지(?)가 보이는 것이다.
역시 TV「드라머」는 『어떻게 만드느냐』에로 귀결이 간다고 보는 것이다.
최진우<중앙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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