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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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본격적인 김장철이 돌아왔다. 본사조사에 따르면 올해 김장값은 5인가족을 기준해서 6만원정도가 든다는 것으로 지난해보다 1만4천원쯤 싼 비용으로 김장을 담글 수 있게 되었다.
갑자기 밀어닥친 이상한파로 중부지방의 김장채소가 큰 타격을 받아 무우·배추값이 작년에 비해 크게 올랐으나 전체적으로 풍작을 이루어 수급상 별문제가없는데다 배추·마늘등 양념값은 작년의 3분의1밖에 안들게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시민들의 가계부담이 오히려 줄게 된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재배농가의 시름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수만도 없는 일이다.
김치와 깍두기, 이것은 한국인 특유의 기질과 생활문화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구실을 해온 우리의 민족식품이다.
고려후기 이규보의 시에 「무우김치」라는 말이 나온 것을 보면 김장의 역사는 8백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고추가 보급되기 시작한 17세기부터 오늘과 같은 김치로 발달했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있다.
이처럼 오랫동안 우리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지켜온 것이 김치지만 근대화바람에 밀려 대도시 가정에서의 김치의존도는 해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핵가족현상에 마라 가족수가 줄고 있는데다 주거생활의 도시화·집단화가 진척되고 특히 도시민들의 식생활 「패턴」 의 변화로 「우량식」 이라 불려지던 김치의 그 확고부동한 위치도 흔들리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예전 같으면 2, 3접씩은 담그던 식구 많은 집에서도 요즘은 50포기정도면 많은 편이라 한다.
게다가 일부에선 김치를 먹지 않고 김장을 담그지 않는 것이 마치 문화인이라도 되는 양 착각해서 김치를 멀리하는 풍조마저 빚어진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김치 비찬논을 펴고 한국인이면 누구나 반드시 김장을 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인 김치가 갖고있는 미각상·영양학상의 특징을 살려 우리민족 특유의 식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음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무우· 배추· 미숫가루· 마늘· 파· 생강등 기본재료는 같지만 나머지 재료는 지방마다, 가정마다 다른 것이 김치다. 그래서 김치의 영양가를 따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하루 세끼 김치를 먹었을 경우 「비타민」C 는 필요량의 2분의1은 섭취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온바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또 하루에 필요한 「칼슘」의 3분의1은 김치에서 얻어낼수 있고 「칼로리」는 하루 요구량 5천 ㎈가운데 4분의1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 예컨대 김치는 비록 「칼로리」 는 적다해도 무시할 수 없는 영양가를 함유한 음식임이 밝혀진 것이다.
이처럼 영양가에서도 큰 손색이 없지만 김치의 특징은 무엇보다 그 독특한 맛에 있다.
채소를 가지고 이렇게 복잡한 맛을 내는 음식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민족의 슬기를 나타낸 것 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김치는 우리민족의 전통음식일 뿐 아니라 개발여하에 따라서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칠 수도 있는 음식이란 자긍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김장철을 맞아 주부들은 더욱 맛있는 김치를 개발하는데 정성과 솜씨를 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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