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안전한건지 얼떨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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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리간(필리핀)=이수근 특파원】 지난달 29일 「필리핀」「민다나오」섬「아구스」강「댐」건설공사현장에서 회교반도들에게 납치됐던 한일개발 장비과장 신필호씨(43)는 납치11일 만인 9일하오 무사히 구출됐다.
이날 낮12시30분 산 속에서 「필리핀」군 당국에 인도된 신씨는 현지군 사령부에서 간단한 조사를 받고 건강을 「체크」한 뒤 하오2시40분 한일개발측에 인도됐다. 신씨와 함께 납치됐던 현지 「페이로더」부품공급상인 「마카리오·R·레골라시온」씨(45)도 이날 같이 풀려났다.
주황색바지와 납치범들이 사준 파란 「러닝·셔츠」에 농구화를 신은 신씨는 체중이 4㎏이나 줄어 약간 야위었으며 그 동안 자란 수염으로 텁수룩한 모습이었으나 건강은 비교적 좋았다.
신씨는 『아직도 얼떨떨하여 정말 풀려나왔는지 의심스럽다. 납치범들이 애초에 「일리간」현장사무소의 강수길 소장을 납치한다는 것이 잘못 알고 자신을 납치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신씨는 납치범들의 목적이 돈에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한일개발의 「아구스」수력발전소건설공사에 실업자들로 득실거리는 회교도들을 취업시키는데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신씨는 납치범의 두목 「와타리」는 18∼19세 정도로 보였으며 그의 휘하에는 50여명의 부하들이 있었고 납치범들은 그 동안 3, 4차례 은신처를 옮겼다고 했다.
회교도들은 쌀밥이 주식이었으나 반찬은 비린내나는 생선과 닭고기 등이었으며 대나무로 엮어만든 원두막 같은 집에서 살고있다고 말했다.
「와타리」를 두목으로 한 납치범들은 9일 낮12시30분 신씨를 석방하기로 결정, 이미 연락을 받고 납치범들의 은신처로 올라와 대기하고 있던 「필리핀」군 장교 2명과 협상중재인으로 크케 활약한 「마소롱」「사기아란」시장에게 신씨와 함께 납치됐던 「필리핀」인 「마가리오」씨와 신씨의 신병을 인계했다.
신씨는 지난 1일 「사우디」의 「다란」에서 도착한 동생 신벽호씨(37·KAL「다란」기점주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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