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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아의 '체지방 9%, 그까이꺼'] ② 닭가슴살만 먹어도 괜찮아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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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이지 말입니다.”

전역을 기다리는 군인 마음이 이런 걸까. 본격적으로 대회 준비를 시작한지 겨우 일주일 남짓 지났는데 걷는 것도 힘들다. 가장 힘들었던 사나흘째엔 ‘과연 9월까지 버틸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말 그대로 9월이 안 보인다.

운동량도 늘었지만, 가장 큰 변화는 식단이다. 다이어트에 식단은 70%를 차지한다. 난 아침은 거르기 일쑤였고, 저녁은 굶거나 간편하게 때우곤 했다. 가끔 폭식하기도 하고, 야식도 거리낌 없이 먹었다. 이제는 삼시세끼 닭 가슴살에 채소, 고구마를 먹는다. 운동 후엔 고구마와 삶은 계란을 먹는다. 노른자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서 안 먹는다. 식단 조절 3일만에 체지방만 1kg가 쏙 빠졌다. 회사 분들도 얼굴이 반쪽이 됐다고 했다.

의외의 복병은 도시락 준비. 매일 도시락을 챙기는 게 제법 성가시다. 늘어난 운동량에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하고 뻗어버린 날이 많다. 샐러드는 구내 식당에서 사고, 고구마는 바나나로 대체했다. 고구마의 대체재로 흔히 감자를 생각하는데 감자는 다이어트에 좋지 않다. 혈당지수(Glycemic Index, GI)가 높기 때문이다. 혈당 지수는 섭취한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분해되는 과정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정도를 나타낸 수치다. 혈당 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혈당량이 많아진다. 이 혈당은 신체의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것 외에는 모두 지방으로 축적된다. 똑똑한 다이어트를 하려면 칼로리보다 혈당 지수를 주목해야 한다. 혈당 지수가 낮을수록 지방이 덜 쌓인다.

8일차, 중화요리점에서 부서회식을 했다. 부장님의 배려 덕에 일찍 퇴근해서 하체 운동을 마치고 회식에 참석했다. 양장피, 깐쇼 새우, 누룽지탕, 짬뽕 등….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음식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기름진 중국 음식들 사이에 도시락을 끼워놓으니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향긋한 내음 맡으며 묵묵히 닭가슴살을 먹었다. 건배는 물 잔으로 했다. 회사 분들이 연민 어린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수박 두 쪽 외엔 젓가락도 대지 않는 내 의지에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사실 회식에서까지 풀떼기만 뜯어먹는 건 눈물겹도록 힘든 일은 아니다. 중량을 130kg까지 올려가면서 힘들게 운동했던 걸 생각하면 먹음직스러운 음식에 젓가락이 가지 않았다. 이걸 먹으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니까. 식단으로 빠진 1kg이 다시 찔까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식단 조절, 할만하다. 걱정해주는 분들이 많은데, 난 정말 괜찮다.

‘음…. 아닌가?’ 어느 점심 날, 동료의 휴대폰 카메라에 포착된 나는 감자탕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난 스스로 괜찮다고 다독이는 걸까? 그래도 아직은 먹는 걸로 스트레스 받지는 않는다. 일주일에 하루는 운동도 쉬고, 일반 식사도 할 수 있다. 이번 주말엔 뭘 먹을까 행복한 고민하며 그럭저럭 잘 버티고 있다. 식단 보다는 운동 때문에 화가 난다. 다음 주엔 운동하는 얘기를 들려드리겠다.

강선아 포토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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