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진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소련공산당 서기장 「브레즈네프」의 중병설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누가 그의 후계자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과 반년전까지만 해도 이 문제가 거론될때마다 정치국원 「안드레이·키릴렌코」가 당 서기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견해가 많았다. 당의 원로요 「브레즈네프」와 측근이며 「브래즈네프」유고시 당 서기장 직무를 대행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키릴렌코」는 「브래즈네프」보다 3개월 연상인 탓으로 참다운 의미의 후계자라기 보다는 잠정적인 후계자의 인상이 더 크다. 당의 원노로서 강력한 지도력을 가지고 있지만 70이 넘은 고령의 수상「코시긴」, 당 이론가 「수슬로프」, 「펠셰」등도 이런 뜻에서 후계자로 보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브레즈네프」는 지도부내에서 자신의 체제를 굳혀오기는 했지만 후계자문제에 관한한 아직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제1후보로 물망에 오르던 「클라코프」가 사망한 이래 후계자 문제는 혼선만 빚어왔다.
불과 3년전까지만 해도 정치국원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던 「체르반코」가 「브레즈네프」의 총애를 받아 급성장하면서 그를 제1후보자로 꼽는 견해도 있으나 그는 아직 당지도부내에 강력한 지반을 다지지 못한 형편에 있다. 앞으로 「브레즈네프」가 어느 정도 더 당을 이끌어나간다면 「체르넨코」가 당서기장의 자리를 물려받을 가능성은 커지겠지만 현시점에서 「브레즈네프」의 신변에 변화가 있다면 「키릴렌코」에 뒤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두사람이외에도 「브레즈네프」의 후계자 물망에 오르는 인물은 많다. 「브레즈네프」의 또 하나의 심복인 「우크라이나」당 제1서기「시체르비츠키」비밀경찰인 국가보안회의 (KGB)의장 「안드로포프」, 「레닌 그라드」당 제1서기 「로마노프」등이 그런 인물들이다.
그러나 소련공산당서기장을 결정하는데 일반적으로 적용되어온 몇가지 원칙을 생각해보면 뚜렷한 후보자를 점치기 어려운 형편이다. 「레닌」-「스탈린」이래 지금까지 당의 제1인자가 갖추어온 조건들인 ①당정치국원·서기국원 겸임자 ②인종적으로 「러시아」출신인 자 ③70이 넘지 않은 장년층의 요건을 갖춘 인물은 많지 않다.
이 세가지 요건을 고려하면 「로마노프」는 아직 서기국원이 못되어 중앙당의 지도경력이 부족하고 「시체르비츠키」는 「러시아」인이 아닌 「우크라이나」이며 「안드로포프」는 비밀경찰 책임자로서 당내에 인기는 있는 면이지만 당의 지도능력에 문제가 있다.
이처럼 뚜렷한 후계자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브레즈네프」의 신변에 변화가 있다면 당장 잠정적으로 나마 「키릴렌코」를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를 지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독주자없는 후계경쟁에서 소련신문들이「키릴렌코」의 「헝가리」방문을 요란하게 보도한 것이 그의 「선두」를 암시하는 것이 아니냐고 서방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