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국면과 안정시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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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9윌 중의 경기예고지표는 0.9로 떨어져 침체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높은 물가상승율속에서 경기가 침체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정책대응이 그만큼 어렵게 되었다고 아니할 수 없다.
9윌까지의 물가상승율은 도매 22%, 소비자 15.8%에 이르러 연초 이래의 안정화시책이 결과적으로는 실효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안정화시책에도 불구하고 그처럼 높은 물상상승율을 시현하게 된 이유는 석유류가격 인상 등 해외요인의 악화와 진행중인 주요 투자사업의 지원불가피성에 따른 추가자금 방출에 크게 기인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국내여신은 전년동기비 35.4%가 늘어났고 통화량도 27.8%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자금공급이 계획보다 훨씬 초과집행되었음에도 산업생산은 거꾸로 2.5%가 줄어들고 제조업 출하동향은 줄어들게 된 이유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서 정책평가는 달라질 여지가 있다.
또 그동안 계속 강세에 있던 수입동향이 9월에 접어들어서는 진정되어 거꾸로 7.9%나 전월비 감소하였다는 사실은 경제동향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즉 산업생산·출하동향이 감소현상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소비동향이나 중간재 거래동향이 약화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동시에 강세에 있던 수입수요가 진정되는 이유도 생산 및 소비의 정체화와 진행중인 투자사업의 설비수요가 그만큼 감소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사유가 그러하다면 생산·소비, 그리고 투자면에서 정체현상이 양성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때문에 경기가 침체국면을 지속하게 될 조건은 갖추어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처럼 실물경제가 침체국면을 시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 물가상승압력이 단계적으로 완화될 실물적인 요인은 어느 정도 마련되고 있다고 하겠으며 때문에 물가문제나 통화량문제에 대해서 지나치게 배려할 상황에서는 일단 벗어난 것이 아닌가하는 판단이 가능하다.
따라서 그동안 방출된 자금규모나 물가상승율만을 생각해서 긴축을 강화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가, 아니면 이제부터는 실물경제의 하강세를 긴축강화로 가속화 시키는 것이 현명한 것이 못될 것인가를 신중히 평가해야 할 국면이다.
원래 정책은 사실변화를 인식하는데 시간적인 지체가 있고 정책을 입안하는데 또 다른 시간을 소모하는 것이어서 정책을 집행해도 그것이 실효를 거두는데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때문에 이른바 「거번먼트·사이클」이 파생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며 이를 가급적 회피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거번먼트·사이클」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정책의 「타이밍」이 중요시 되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정책방향을 평가할 때 실물경제가 구체적으로 하강국면에 있을 때 무리한 자금통제나 긴축시책의 강화가 꼭 현명한 방법이냐는 깊이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본난이 단기적으로는 현실을 인정하되 장기적으로는 안정을 추구하는 원칙을 고수하라고 권고한 이유도 다름아니라 정책이 실물경제의 현실을 인정함으로써 경제순환에 지장을 주고그럼으로써 거꾸로 침체국면을 악화시켜서는 아니되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화·금융정책이 침체국면을 자극해서는 아니되지만, 그렇다고 투자조장적이어서는 아니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보수적인 투자징책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점 각별히 유의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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