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억 빚지고 해외도피 ?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치안본부는 12일 수출금융 등을 융자 받아 회사를 운영하다 회사정리법에 따른 법정관리규정을 악용해 회사자산을 빼돌린 뒤 근로자의 노임과 은행부채 등 31억원의 피해를 내고 해외 도피하려던 봉제가공수출업체 도림통상 (경기도 성남시상대원동)대표 김도림씨(38· 서울반포 「아파트」100동404호)를 업무상횡령·회사정리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김씨의 회사법정관리신청사무를 도와준 서울 이모변호사사무장 이병길씨 (49· 서울제기2동921)를 공정증서원본부실 기재·동행사 등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73년10월 자본금 1천만원으로 회사를 설립해 그동안 수출금융·사채 등으로 「유럽」등지에 봉제가공 등을 수출하다 회사가 도산상태에 이르자 수출용원자재등을 처분, 3억원을 빼돌렸다.
김씨는 또 회사가 법정관리상태에 들어가면 회사의 모든 채권·채무가 동결되는 현행회사정리법상의 법정관리규정을 악용, 이씨와 짜고 법인주소지를 이씨의 거주지로 허위 이전시킨 뒤 지난해 5월29일 서울민사지법 성북지원에 법정관리신청을 내▲근로자2백69명의 퇴직금 4천만원을 주지 않았고▲현직근로자 3백명의 노임·사채 등 3억원 ▲서울신탁은행 및 제주 은행 부채 18억원▲몰품대 7억원 등 모두 31억3백70만원을 동결시킴으로써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김씨는 또 지난해 9월 미국으로 위장 이민하려다 채권자들에게 발각돼 좌절되자 4월부터 9월까지 법정관리상태에 있는 이회사가 원청자(원청자)로부터 지불 받은 노임 3천4백50만원을 법원의 허가없이 불법 인출해 일부 고액채권자들에게 채권포기를 조건으로 지불했고 병종배당 소득새(이자에 대한 세금)4천1백40만원을 포탈했다.
경찰은 도림통상의 현 자산을 약10억원으로 평가, 김씨가 진 빚31억여원중 21억여원을 해외에 도피시켰거나 국내에 빼돌렸을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치안본부는 이와 함께 김씨의 형 김도자씨(43)도 서울신설동에서 봉제가공품 수출회사인 고려양행을 경영하다 법원으로부터 회사정리법에 따른 법정관리결정을 받은 뒤 회사가 진 은행 빚 34억원을 동결하고 지난8월 미국으로 도주한 사실도 밝혀내고 역시 재산해외도피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사건을 계기로 현재 법정관리상태에 있는30여개 회사의 명단을입수, 이들회사의 부정여부도 아울러 캐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