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창간 14돌 기념 특별기획 의식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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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처음 이민 길에 오르는 사람은 누구나 희비가 엇갈리는 감정을 갖게 마련이다.
말로만 듣던 타국에, 내 자신과 내 가족의 장래를 걸고 몇 덩어리의 봇짐을 전 재산으로 비행기에 오르노라면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그 동기만은 뚜렷하고 건설적이다.

<24%가 "자녀 교육 위해" 이민>
『만일 영주목적으로 미국에 오셨다면 이민의 주요동기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아이들 교육과 장래를 위해(24%), 경제적 향상을 위해(23%), 응답자 자신의 공부나 수련을 위해(12%), 가족과 합류하려고(11%), 한국내 정세가 불안해서(4%), 기타(26%)로서 도피보다는 향상을 위해, 한국사회에 대한 부정보다는 미국사회에 대한 긍정적 요소가 강조되고 있음이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다.
문제는 이렇듯 긍정적이고 「가능」을 약속했던 희망의 나라가 실제로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사회인가에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고 산술적으로는 긍정적(35%)으로 보는 사람들보다는 부정적(65%)인 표현을 쓴 사람들이 많다.
우선 미국사회의 밝은 측면가운데 ▲보이지 않은 사회규율(9.5%) ▲경제적 안정(8.7%) ▲풍부한 자원(7.2%) ▲근면·정직한 미국인(3.2%) 등으로 지적되고, 어두운 측면으로는 ▲늘어나는 사회악(29%) ▲방종과 무절제(17.4%) ▲지나친 개인주의(12.5%) ▲어두운 소수 민족의 장래(8%)등이 지적되었다.
요즘엔 미국경제도 아주 어려워져서 장래가 걱정된다는 의견을 나타낸 사람도 5%정도 된다. 교육수준이 높고(고졸이상 90%, 대졸이상 67%) 눈치가 빠른 한국인들의 미국사회를 보는 눈이란 참으로 예리하다.

<4∼6년된 사람은 "부정적〃>
사회를 파악하는 인식도를 미국에 거주한 연수와 비교해 볼 때 미국에 온지 1∼2년밖에 안된 교포들과 10년이 넘은 교포들이 미국사회를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짙고 4∼6년 되는 중간층 사람들이 주로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다.
거대한 사회에 처음 갑자기 닥쳐 멍멍할 때 모든 것이 좋은 듯이 보이고, 오래 살아본 결과 미국이라는 다양한 복합사회의 정체를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어 좀 재미가 붙게되기 때문인 것 같고, 4∼6년 되는 사람들에게는 그동안 언어문제·인종차별 등 「당했던」 일들만이 부지부식간에 부각되는 게 아닐까라는 추리도 가능하겠다.

<능률과 개인주의를 경계>
미국사회에 관한 인식도를 직업별로 보면 전문직 종사자들과 자영하는 이들이 풍부한 자원과 물질, 그리고 경제안정이 미국의 긍정적 면이라고 보고 있고, 사무직이나 노무직 종사자들은 무엇보다도 미국사회의 보이지 않는 엄격한 사회규율이 밝은 요소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부정적 측면을 직업적으로 분석해보면 전문직·사무직·자영이 모두 사회악(인종차별 포함)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데 비해 오직 노무직만이 사회악뿐만 아니라 지나친 개인주의도 미국의 큰 사회문제라고 보고 있다.
미국 생산업체의 공장에서 개수와 능률을 다투며, 「컨베이어·라인」가운데의 한 조그마한 개체로서 동료도 필요 없고 오로지 개인의 생산성만이 중시되는데 에서 일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느낌인 것이다.
재미교포들이 한국사회를 보는 견해도 흥미롭다. 우선 전체적 통계를 보면 자주 언급된 항목으로서 ①높은 경제성장률(24%) ②물가고(13%) ③부정부패의 잔존(6%) ④빈부의 차이(6%) ⑤정치 및 언론의 제약(4%) ⑥영도력(1%) ⑦인간천시경향(l%)등으로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뒤섞여 있다.

<"노력에 따라 수입보장">
빈부의 차이가 너무 심하다고 걱정한 6%의 응답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일부 고소득층의 사치를 지적하고 있다. 특히 대졸이상의 응답자만 뽑아보면 그들의 걱정이 물가고와 부정부패에 압도적으로 쏠려 있음을 본다.
아이들의 교육과 경제적 향상을 위해 이민했다면 오늘날 미국 사회가 이러한 본래의 목적을 달성시키는 곳으로 적지요, 적격사회인가를 평가할 대가 된 것 같다. 적어도 이번 조사에 나타난 통계에 의하면 아이들 교육도 잘 되어가고 수입도 노력하는데 따라서 보장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재미학자 참여 두달 동안 분석>
약 30만명에 이르는 재미교포중 이 조사에서 39개 주요도시 및 그 외곽지역에 거주하는 한국인 2천1백92명이 무작위 추출되어 그중 1천6명이 두차례에 걸친 우편설문에 응답했고 1백55명이 전화「인터뷰」에 응했다.
본사 오택섭 박사(이사)가 주관한 이 조사는 7월과 8월 두달동안 실시되었고 유장희·이재원·신의항·김광정 박사와 「로런스·골드버그」박사 등 재미 전문가들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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