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엽색으로 일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희대의 살인마 박철웅-평소 주위로부터는「멋장이 사장님」「기분파 아저씨」로 통했지만 실은 부모로부터 친구·친지·추위사람들을 철저히 속이며 살아온 『탈쓴 악마』였다.
박철웅은 지난해 8월 공부원 사칭죄로 2년6월의 형을 마치고 출감한 뒤 이리J교회에 독실한 신자로 6개월을 다녔다.
당시 교회에서 사귀어 의형제를 맺은 김모씨(27·서울대오동)는 『머리를 박박 깎고 한복을 입은 체 성경책을 끼고 매일 교회에 나오는 착실한 신자였다』고 회상했다.
박은 이때 김씨 등 많은 교인들을 사귀게됐으며 이후 서울에 올라와 사업을 벌일 당시 이들 대부분이 1백만원에서 3백만원까지의 사업자금을 빌려주고 뗀 피해자들이었다.
지난해12월 서울에 올라온 박은 유흥가를 돌며 B「나이트·클럽」「호스티스」인 김효직을 만나 서울아현동에서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의형제인 김씨는 『박이 사업을 한다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교인들 사이에 「새사람이 됐다」며 김목사 등 5.6명이·돈을 걷어 박에게 빌려줬으나 결국 철저히 배신당했다』 고 말했다.
서울충무로2가 성창「빌딩」 418호에 현대상사를 차린 것은 금년5월13일. 사건 후 현대상사에는 영업부장 박모씨(27)총무부장 안모씨(38) 「타이피스트」이모양(20)등 3명의 직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두들 충격을 받은 표정. 이 회사를 차릴 당시 모 타자학원의 추천으로 입사. 그동안 항상 박의 곁에서 생활해 왔던 여직원 이양은 『회사운영이 어려워 지난7월분 윌급을 못주자 무척 미안해하며 다음달에 밀린것까지 함께 줄 정도로 좋은 분이었다』고 박을 얘기.
또 현대상사와 간막이를 사이에 두고 한방을 같이 쓰고 있는 국제도서(외국전문서적수입회사)사장 박준석씨(39) 는『박과는 그동안 가끔 차나 점심을 같이했다』며 『회사를 차린 뒤 바로 불황이 닥쳐 운영이 안되자 늘「복이 없는놈」이라며 고민해 그동안 재임대를 해준 현대상사의 밀린 임대료와 관리비등도 독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 경영이 어려운데도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고급양복을 몇 벌씩 맞추는가 하면 남에게 보라는 듯 점심 값이라며 운전사에게 l만원씩을 선뜻 내주는 것을 볼 때 약간 허황된 사람으로도 보였다』고.
범인 박은 국제도서 박사장에게『과거 모 경제부처기획관리실장으로 해외나들이도 몇번 했다』느니『한때는 섬유회사를 크게하다 부도를 냈다』는 등의 말을 자주했다.
현대상사 동업자인 영업부장 박씨는 4백만원, 총무부장 안씨는 5백만원을 박에게 빌려줬는데 그동안 단 한푼을 건지지 못했다고.
생활의 전부가 빚과 사기로 갈취한 돈으로 이뤄졌다. 김과 동거생활을 시작한지 불과 4개월만에 박은 또다시 돈을 갈취할 사기극을 꾸몄다. 바로 돈 많은 사업가의 딸H모양(27)을 유혹한 것이다. H양을 만난 것은 지난 4월중순 서울「H·호텔」「나이트·클럽」에서였다.
첫눈에 박에게 마음을 뺏긴 H양은 서울성산동 집에 김이 함께 살고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집을 드나들었고 결혼을 결심, 부모와 함께 박을 만나보기도 했다.
박온 H양이 찾아오는 날이면 김을 인천 친정집에 보냈고 함께 잠자리를 했다. 내연의 처 김으로부터 항의를 받자『너와 함께 잘살기 위한 연극』이라며 심지어 H양을 만나 법적인 부부도 아닌 사이인 만큼 물러날테니 위자료를 내라는 협상을 벌일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H양 역시 박의 수법에 걸려 사업자금조로 3백만원을 뜯겼다. 결국 박은 한 여인의 애틋한 사랑을 자신의 엽색·사기행각의 도구로까지 이용하려 했던 것이 제보라는 결과를 빚어 완전범죄에 실패한 것이다. <이석구·이창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