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46㎡ 아파트, 10년 임대하면 연 41만8200원 절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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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3호선 남부터미널 역 근처에 있는 래미안서초유니빌(46㎡)에선 최근 보증금 1억원, 월세 90만원에 임대 계약이 맺어졌다. 집주인 A씨가 보증금 전액을 정기예금(금리 2.47%)에 넣어둔다면, 월세와 이자로 연간 1327만원을 벌게 된다. 이 집의 시세가 3억원이니 A씨는 연 수익률 4.4%의 임대사업을 하는 셈이다. 그래도 A씨는 과거 부동산 활황기나 예금 금리가 높던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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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고민을 하는 집주인들이 더 높은 임대수익을 얻기 위해 고려할 만한 방법이 생겼다. 전·월셋집을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해 세금을 줄이고 실질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는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해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A씨와 같은 임대사업자들에 대해 세금 혜택을 늘려 주기로 했다. 다만 10년 동안 임대주택으로 활용해야 하고, 임대료 인상률은 연 5% 이하로 제한 받는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임대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8일 국무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새 시행령은 이달 중 발효될 예정이다.

 A씨 소유의 서초유니빌은 올해 기준 공시가격이 1억8700만원이어서, 재산세 29만5400원이 부과된다. 그런데 A씨가 이 아파트를 구청에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재산세를 덜 내도 된다. 40~60㎡ 주택에 대한 재산세는 75%(종전 50%)를 깎아주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7만3900원으로 줄어든다. 60~85㎡ 주택에 대한 재산세 감면률도 25%에서 50%로 올라간다. A씨는 또 소방시설 이용 요금 명목으로 부과되는 지역자원시설세 19만6700원도 면제 받을 수 있다. 이런 혜택을 합치면 A씨는 이 아파트를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하지 않았을 때보다 연간 41만8200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이 금액은 연간 월세 소득(1080만원)의 3.8%에 해당한다. A씨 입장에선 그만큼 월세를 올려받는 효과를 얻는 셈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임대료 인상률이 최대 5%로 제한된다는 것이다. 또 등록 후 10년 동안엔 해당 주택을 파는 게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임대사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대신, 전·월세 폭등을 막아 집 없는 사람들의 주거 안정을 꾀한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A씨처럼 임대료 인상률이 5%에 묶인 집주인들은 세금 감면 효과로 3.8%의 추가 임대소득을 번다고 해도, 주변 아파트의 임대 시세가 9~10%씩 오른다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임대사업자들 각각의 시장 예측과 그에 따른 투자 판단에 맡길 문제”라며 “다만 월세 시세는 떨어지고 전셋값 오름세도 주춤하기 때문에, 보다 안전한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은 이 제도를 이용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5월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1년 전에 비해 10% 오른 상태다. 반면 월세 상승률은 같은 기간 2% 오르는 데 그쳤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집주인 입장에선 월세를 놓을 땐 준공공임대 등록을 하고, 전세 세입자를 들일 땐 미등록으로 놔두는 게 유리할 수 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준공공임대를 활성화 하기 위해 등록 요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임대사업자가 일반 임대주택으로 종전에 등록해둔 집도 준공공임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종전 임대기간의 50%(최대 5년)는 준공공임대 실적으로도 인정해준다. 예를 들어 사업자가 4년 동안 임대를 놓던 집을 준공공임대로 바꾸면 2년을 준공공임대 기간으로 인정해주고, 8년 뒤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다. 임대사업자들의 공실 우려에 대한 출구도 마련됐다. 지금까지는 임대사업을 할 때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등록을 해두면, 해당 집에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아도 의무 임대 기간 동안엔 이를 처분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재산세 부담을 고스란히 져야 한다는 사업자들의 불만이 많았는데, 이 걱정을 덜어주기로 한 것이다. 국토부는 1년 동안 비어 있거나 철거 예정 지역에 있는 임대주택에 대해선 임대 의무기간 10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매각을 허용키로 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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