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쇼크」아물길은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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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 총재수의 직무정지 결정으로 야당은 위기를 맞았다. 분당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당의 수습방안은 무엇인가. 소송당사자들의 변과 당내 외 중진들의 수습방안을 들어본다.<편집자주>

<전당대회 소집분위기 조성을>
정운갑씨는 법원으로부터 선임됐다기보다는 당헌에 따르더라도 대행을 하게 돼있으니 정씨가 대행을 하면서 수습대회 등 합리적인 일 처리를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재판에 불복하고 수습 전당대회에도 반대하는 측이 있고 또 당내의 감정적 대립도 격심하니 쉽지는 않을 것이다.
김영삼씨나 이철승씨가 수습한다고 나서봐야 안될테니 정대행이 중지를 모아 해야한다.
누구와 짜서했든 어쨌든 현실은 법 밑에 사는 것이니 아무리 협잡이나 뒷구멍 흥정이 있었다해도 사필귀정이려니 하는 자세로 수습대회까지 참고 나가야한다.
정대행이 현 당직자들을 잘 지휘하면서 양측을 타협시켜나가면 길이 있을 것이다. 김영삼씨측도 정대행이 우리를 죽이려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협력해가면서 전당대회에서 결판을 낼 생각을 해야한다. 지금으로선 전당대회를 다시 소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게 급선무다.

<일단은 새 총재대행손에 기대>
당법에 의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 정당의 내부질서가 민사소송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자체가 우선 문제다. 주·비주류가 아직 모두 어떤 결정을 안 내린 상태라 국외자가 수습방안을 낸다는 게 시기상조이긴 하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분당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세상사람들이 신민당을 놓고 말이 많지만 오랫동안 민주주의를 신봉하며 야당생활을 해온 사람들이 있는 만큼 이렇게 일단 모여있으면 질적인 변화의 기회가 올 것이다.
과거에도 몇 차례 비슷한 시련이 있었으나 고비를 잘 넘겨왔다. 총재직무대행으로 법원에서 선임된 정운갑 전당대회의장은 선임을 받았기 때문에 사태를 수습하는데 더 난처한 입장이 될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사심이 없고 상식밖의 방향으로 일을 처리할 사람이 아닌 것으로 알고있다.
일단은 정의장의 대의에 따른 원만한 처리를 기대해 볼 수밖에 없다.

<법원결정 이전상태가 수습책>
한마디로 법원결정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만이 수습이다. 과거엔 대행이 당내추대였는데 전당대회의장으로서 김영삼총재의 당선을 선포하고 정무회의의 가처분불복결의에 동참한 정운갑씨가 관통대행을 수락할지 의문이다. 대행의 행위로 결정이전 상태의 변화를 초래하려할 때는 김총재 측이 용납할 리 없다.
당내혼란을 수습하는데 있어 정씨의 태도가 중요한 관건이다. 김총재는 당권행사의 장애요인을 배제해가면서 민주회복투쟁을 강화하여 진정한 수습을 할 것으로 본다.
이것이 당의 정강정책에 충실한 길이다.
본안소송이 확정되기 전까지 수습전당대회는 생각할수 없고 현재의 당 기구를 아낌없이 가등시켜 혼란을 수습해야한다.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는 김총재는 당원이 선출한 당수로서 직분을 성실히 수행키 위해 민주회복 운동을 더욱 용감하게 전개시켜 나갈 것이다.

<전당대회까지는 시간 걸릴 듯>
이 불행한 사태가 신민당의 내부적 역운으로 수습되어야 한다. 2, 3일간 흥분과 감정을 식히고 현실을 직시하는 냉철한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5·30 전당대회 후 외부에 대한 명분의 과도한 중규로 인해 내부의 단합과 결속이 무척이나 깨쳤다.
당원의 단합과 동삼의식의 무시가 와근이었던 만큼 이 사태의 수습도 가급적 많은 의원과 당원이 동삼할 수 있는 방향에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전당대회를 새로 열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 동안은 우선 가급적 많은 사람을 참여시켜 중지를 모으는 방향으로 당이 운영되어야 하겠다.
지난 1백일간 김영삼총재가 독주한 것이 단일지도체제자체의 제도적 결함이라기보다는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데 있긴 하지만 집단지도체제로의 환원내지는 단일지도체제에 대한 제도적 제동론이 같이 제기될 것으로 본다.

<구당적 차원서 당내대화 필요>
법원, 그것도 하급법원에서 정당내부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결정을 내린 선례가 만들어진 것은 정당사의 일대오점이다. 정당의 내부문제는 복잡다단한 것인데 문제가 생길 때마다 법원으로 끌고 가게 됐으니 야당 해나가기가 더 어렵게 됐다.
법원에서 총재권한대행으로 선임된 정운갑 전망대회의장이 쉽사리 이를 수락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현재와 같이 주류·비주류간의 견해차가 현격한 마당에 합리적이고 무리를 못하는 정씨의 성격으로 보아 일도 안되고 욕만 먹을 대행직을 왜 맡으러 하겠는가.
그로서는 양쪽에서 그래도 당신이 맡아 수습을 해주는 게 좋겠다고 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그러니 결국 상당기간동안은 교의표류가 불가피하리라고 본다.
구당적 차원에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선 충격과 흥분상태에서 깨어난 뒤 당내대화를 모색해 중지를 모으는 길밖에는 없지 않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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