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공만 잡으면 난 자유인 … 한쪽 다리 잃었지만 웃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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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농구 대표 김동현은 “인천 세계선수권에서 8강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천=강정현 기자]

어릴 때 당한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하지만 휠체어농구를 통해 좌절을 이기고 더 큰 꿈을 키웠다.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고 있는 국가대표 휠체어농구 선수 김동현(27)의 이야기다.

 제주도 출신 김동현은 교통사고로 여섯 살 때 오른 다리를 절단했다. 김동현은 “사고 전의 기억은 거의 없다. 충격과 스트레스 때문에 잊어버린 것 같다”며 “늘 내성적인 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휠체어농구를 접한 뒤 그의 삶은 달라졌다. 농구공을 잡은 뒤부터 매사에 자신감이 생겼다. 김동현은 “평소와 달리 경기만 하면 과격해진다”며 웃은 뒤 “코트에 서면 일반인들과 똑같다.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휠체어농구의 매력을 설명했다.

 재미를 느끼는 만큼 기량도 쑥쑥 자랐다. 김동현은 17세부터 국가대표에 발탁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0년에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실업팀인 서울시청에 입단했다.

 2013년 1월, 김동현은 불쑥 이탈리아로 떠났다. 이탈리아 1부리그의 강호인 산토 스테파노는 2010년 영국 버밍엄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 당시 김동현의 활약에 매료돼 꾸준히 러브콜을 보냈다. 처음에는 사양했지만, 결국 이탈리아행을 결심했다. 생활체육지도사로 서울시장애인체육회에서 만난 권아름(29)씨와 결혼식을 올린 뒤 곧바로 건너갔다. 김동현은 “대우는 한국이 더 좋았다. 하지만 아직 젊으니까 경험을 쌓고 싶었다.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뛰려는 마음이 강했다”고 했다. 통역도 없고 영어로만 대화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 그러나 김동현은 그 곳에서 한 단계 성장했다. 유럽 선수들과의 경기를 통해 몸싸움을 하려면 근력을 키워야 한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지난 5월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김동현은 경기도 이천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16개 팀이 출전해 5일 개막하는 인천 세계선수권을 위해서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사상 첫 8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 김동현은 “좋은 성적을 내 사람들에게 꿈을 주고, 한국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글=김효경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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