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외국인 투자 바구니 … 대만·인도 담고, 한국은 덜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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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대만·인도는 더 담고, 한국은 덜어내고.’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아시아 주식시장 투자 패턴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아시아 주요국 증시로 들어온 외국인 투자금은 총 64억8500만 달러다. 한국·대만·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 7개국을 집계한 결과다. 5월(53억8900만 달러)에 비해 11억 달러(약 1조1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미국과 유럽의 저금리 정책이 계속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늘어난 탓이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은 것은 아니다. 대만과 인도 두 나라에만 전체 자금의 80% 가까운 돈이 몰렸다. 특히 대만은 5월 12억 달러에 이어 지난달엔 27억 달러가 몰리며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큰 폭으로 늘었다. 덕분에 대만 증시는 지난달 3.5% 상승했다. 인도도 두 달간 약 46억 달러가 들어오며 주가를 밀어올렸다.

 하지만 외국인은 한국에는 냉정했다. 지난달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10억7500만 달러로 5월(18억6300만 달러)에 비해 크게 줄었다. 4월 이후 두달째 감소세다. 메릴린치는 올해 코스피 목표주가를 2250에서 최근 2150포인트로 낮췄고, 씨티그룹 역시 2400에서 2300포인트로 조정했다. 외국인이 한국을 외면하는 건 2분기 실적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베어링자산운용 킴 도 아시아 멀티에셋 대표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기업들의 실적전망이 연초에는 희망적이었다가 실적발표일이 다가올 수록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어 외국인들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이란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 강영숙 연구원은 “한국은 대만보다 중국 수출 비중이 커서 중국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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