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구의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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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시내 주택가의 하수도관이 또다시 원인 모르게 폭발, 인근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하수관의 폭발사고는 비록 이번이 처음은 아니나 그때마다 막연히 인근 공장에서 흘러든 인화성「가스」가 충만해 있다가 폭발했다든가, 아니면 부실정화조를 통과한 오물에서 발생한「메탄·가스」때문이었다는 식으로 분명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채 어물어물 사후정리에 그친 감이 없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사고를 거울삼아 이제는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불상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생활주변의 위험요소를 철저히 점검하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도시행정이 점차 복지및 생활행정의 방향으로 폭을 넓히고 있는대 비해 한편으로는 이처럼 어이없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수치스러운 일일뿐더러 예기치 않은 곳으로부터 위협당하고 있는 시민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당연한 조치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관계당국이 아직 그 원인을 분명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심스럽다.
구태의연하게 「매탄·가스」에 의한 폭발같다는 추리와 함께 인근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공장 폐수에서 생긴 인화성이 강한 「가스」 에 의한 폭발일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폭음과 함께 9개의 「맨홀」뚜껑이 일제히 날아가고 불길이 치솟은 점으로 보아 인화성이 강한「가스」가 폭발했다는 점은 당연한 논리이나, 문제는 그 「가스」가 어떤 종류의 것이며 인체에는 어느 정도 유해한 것인지, 또한 배출원이 무엇인지틀 분명히 가려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여기서 분명한 것은 유독성이 있거나 인화성이 강한 공장폐수가 정화되지 않은 채 마구 주택가의 하수구에 유입된다는 사실과 아직 대도시의 하수도가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채 생활의 위해요인의 하나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내만 해도 아직도 주택가에 위치하면서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군소공장이 6천여개소에 달하고 있다는 것과 함께 서울의 하수도 보급율이 53%에 머무르고 있음은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당국에서는 공해공장의 교외이전을 권장하는 한편 폐수처리문제에 관해 부단히 지도·단속을 펴고 있으나 특히 주택가의 공장이 영세하다는 것과 주택가 하수시설이 간선도로변에 비해 훨씬 불량하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 두가지 요인을 해소하는 길이 이같은 사고에 대비하는 기본처방이 되겠으나 이를 실현하는데는 막대한 예산과 장구한 시일을 필요로 하는 만큼 장기적인 대책과 병행하여 현실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대증료법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같은 방안으로는 생활하수의 배출량이 급증하는 하절기의 하수도 준설을 부단히 실시하고 유독성 및 인화성 물질의 배출원을 봉쇄하는 길이라 하겠다. 공장폐수뿐만 아니라 생활 하수에 의한「메탄·가스」발생도 폭발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더우기 도시생활 공간의 확보를 위해 각하천의 복개공사가 성행되고 있음에 비추어 이점에 대한 철저한 감시를 필요로 하는 사항이라 하겠다. 사실 우리생활 주변을 면밀히 살펴볼 때 엉뚱한 곳에서 의의로 위험요인이 많다는 점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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