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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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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런던」의 「버스」는 정류장에 설때마다 차장이 『온리·원』 또는 『온리·투』라고 외친다.
한명 또는 두명만 타라는 뜻이다. 그러면 줄서있던 승객중에서 한 두 사람만이 올라타는 것이다. 「런던」시내「버스」의 입석제한은 5명이기 때문에 그 이상은 승차시키지 않는다.
그 이유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차장의 과중한 노동력을 줄이기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만약에 있을지도 모르는』 차사고때의 승객의 안전을 생각해서다.
그러나「만약에 있을지도 모르는」 「버스」사고가 「런던」시내에서는 1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하다.
그도 그럴것이「런던」의 「버스」운전사는 세계에서도 으뜸가는 「베테랑」들이다.
자격증따기도 까다롭거니와 대체로 15년 이상의 운전경험이 없으면 「버스」 를 맡기지 않는다. 35세이하는 아예 응시의 자격도 없다.
「런던」의 운수부국이 이처럼 경험을 중요시하는것은 인명의 안전도를 고려해서임은 더말할 나위없다.
건강한 사람의 맥박은 보통 70전후다. 그러나 미숙한 운전사인 경우에는 그 두배로 뛴다.
위험한 때에는 1백70까지 뛰어오른다.
도시 자동차의 속도부터가 인체의 생리에는 맞지를 않는다. 사람의 정상적인 「스피드」 는 4㎞다.
그런것을 시속60㎞로 달리자니 정상적인 감각이 뒤흔들리는게 당연하다.
그러니까 오랜 경험이란 단순히 운전기술이 능숙해진다는 것만이 아니다. 이상속도에 몸이 익숙해진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 14일 아침 한 시내「버스」가 앞에가던 「택시」를 들이받은 뒤에 인도로 뛰어올라 여학생을 그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그 「버스」 운전사는 지난 1월말에 면허를 따고 4월부터 처음으로 「버스」 운전을 시작한 초보운전사였다.
그는「택시」를 들이받은 직후부더 완전히 제정신을 잃고 판단의 능력을 상실했을 것이다.
바로 그 전날밤에도 사람을 치어죽인 다음 뼁소니를 친 「버스」운전사가 있었다. 그 역시 20대의 미숙운전사였다.
이런 초보운전사들이 지금 시내「버스」의 30%를 운전하고 있다고 한다.「버스」속의 승객이나「버스」밖의 행인에게나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버스」회사들에서는 운전사부족으로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시 당국에서는 그러잖으면「버스」가동율이 60%선으로 떨어질까 염려하고 눈감아주고 있는 모양이다.
그 어느 쪽에서나 인명의 안전은 둘째, 세쨋번 관심사 밖에 안된다. 이래서 우리에게는 살인 「버스」 를 면할 날이 없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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