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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 "과학선생님"|생활속의 과학|그 교육의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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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누구나 가전제품쯤은 수리>
「라디오」의 원리와 조립에 관해 강의하려던 물리교사가 더이상 할말이 없어졌다. 적어도 중학교 중급생 정도면 이미 몇차례의 「라디오」 조립경험이 있어 이에 대한 이론강의나 실습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서독국민 누구나가 가전품의 수리정도는 직접 해낼 수 있고 웬만한 손재주를 가진 사람은 자동차 수리까지 거뜬히 해낼 수 있다. 그만큼 과학교육이 실생활과 직접 연결된다.
서독의 과학교육은「아인슈타인」박사나 「브라운」박사등 유명한 과학자의 이름보다는 경제부흥의 원동력이었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된다. 국가부흥의 원동력이 과학인만큼 그 교육은 양에서부터 질에 이르기까지 다른 나라와는 차이가 엄청나다.
우선「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국민학교의 과학교육제도를 살펴보자.
4년제의 서독국민학생들이 배우는 과학과목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연」이다. 그러나 1∼2학년까지는『국어시간에 적절히 지도할 것』으로 되어있고 3학년은 1주일에 3시간, 4학년은 4시간이다.
서독의 과학교육에서 주목할점은 학생들로 하여금 흥미와 관심을 갖도록 하는 교육방식이다.
예를 들어 국민학교 2학년 국어시간에「콩」이라는 단어가 나왔다고 치자.
국어교사는 콩의 새싹이 나오도록 숙제를 낸 뒤 가장 잘 키운 학생에게 「초컬릿」을 주는등 흥미위주로 과학에 접근케 한다.
○…… <소풍땐 반드시 자연교사동반>
소풍날에는 자연교사를 의무적으로 동반케 하며 자연실습을 위해 4학년 전체학생에게 1주일간의『임간교실』을 마련하는등 제도적인 배려가 특기할만하다.
그러나 국민학교를 거쳐 9년제의 중학과정에 들어서면 과학교육은 보다 철저해진다. 교과배정이 많아질뿐만 아니라 실습중심의 교육내용이 국민학교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교육법에 나타난 중학교과내용은 과학교육을 얼마나 중요시 하는가를 잘 설명해준다.
생물·화학·물리등 3개과목으로 구성되는 과학시간은 l주일에 1학년 4시간, 2학년부터 4학년까지는 3시간이며, 그리고 5∼6학년의 중급학생은 5시간으로 등교일마다 1시간의 과학교육을 받도록 되어있다.
여기서 중요시 되는 것은 교육의 양보다는 질이다. 말하자면 완전무결한 실습교육이자 현장교육이라는 점이 이나라 과학교육의 특징이다.
○……<기재·시청각교재 백%갖춰>
각급 학생들의 과학교실은 일반교실이 아닌 화학실·생물실 또는 물리실이고 실습장마다 실험기구가 완비되어 있으며 교육은 선실습 후이론으로 실시된다.
예를 들어 1학년 학생들이 어떻게 자석을 공부하는가를 살펴보자.
교사들의 임무는 학생들에게 자석을 나눠 주는 것으로 끝난다. 학생들은 45분간의 실습을 통해 자석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충분한 실습자료에 완전한 시청각 교재를 활용하고 있어 교육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할바 아니다.
한국의 고교 2학년에서부터 대학 1년에 해당되는 7∼9학년의 과학교육은 보다 중점적이다.
누구나 생물·물리·화학등 3개중 의무적으로 한과목을 선택한후 3∼6명으로 연구「팀」을 구성하여 공동연구에 들어갈만큼 수준 높은 교육이다.
실험위주여서 7학년의 경우 광선의 색깔과 「광학거리측정기」를 주고는 거리를 측정하라는등 철저한 실험교육이다.
○…… <빵굽다가도 그 원리 가르쳐>
지난6윌 「유럽」의회선거를 앞두고「본」「에른스트」중학의「컴퓨터」반이 추출한 투표성향이 서독 최대 여론조사기관인「인프라스」보다 정확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과학교육의 내용과 질을 짐작할 수 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가 지난 73년 교육법을 개정, 중학 상급반 학생에게 과학계열의 3개과목중 한 과목만 선택토록 한 것도 과학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정책적 배려로 풀이된다.
서독의 학생들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도 과학과의 관계는 계속 유지된다.
빵을 굽다가 「소다」에 섞여있는 이산화탄소가 밀가루를 부풀게 한다고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어머니, 그리고 자전거 「타이어」에 바람을 넣다말고「펌프」의 원리를 설명하는 아버지등 모두가 과학교사이며 과학인이다.
과학교육을 계속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운 서독정부는 1990년대에 접어들면 중학 중급생 이상의 전학생을「그룹」연구에 참여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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