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와의 합리적 대화 불가능 입증|3당국 회의 거부한 북괴의 속셈과 배경|한국을 「업저버」로 지칭, 의도적으로 격하|앞으로 당분간 대안 찾기 힘들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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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당국회의에 대한 북한의 회답은 적어도 「수정제의」정도로 되받아 넘기지 않을까 했던 상식론을 무색케 했다.
북한이 통일문제와 한반도의 평화문제를 분리해 전민족 대회 및 미국과의 단독협상을 되풀이 주장한 것은 신축성의 결여로 볼 수 있겠지만 『미국이 원한다면 남조선 당국을 「업저버」로 참석시키자』고 해 한국을「업저버」로 새로 지침한 것은 한미관계를 주종관계로 몰고 미국과의 협상창구에「액센트」를 두려는 저의를 드러낸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의상 허담은 미국과의 선협상을 주장했지만 한국을 「업저버」로는 격하하지 않았다.
허담은 지난달 27일 평양을 방문한「스리랑카」외상 환영연회에서 미국과 북한2자가 우선 대좌하여 평화협정체결문제를 논의하고 「이 회담이 일정한 단계를 거친 후」한국의 참여문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해 다소의 신축성을 보였었다.
그러나 이번 북괴성명은 2자단독회담 주장과 관련, 『이는 정전협정 조인의 쌍방당사자라는 측면에서 너무도 당연하며 남한 당국이 끼어 들 아무런 법적 또는 논리적 근거도 없다』고 주장해 강경으로 돌아간 인상을 준다.
또 한미양국원수가 합의해 제3국을 통해 의상의 적극적 방법으로 제안한 것을 그들 외교지대변인 성명으로「라디오」를 통해 회답해 온 것은 한미간에 구상하고 있는 3망국회의를 재론하지 않겠다는 뜻인 동시에 3망국회의가 남북대학의 교착상태를 타개할 돌파구가 아니라는 판단을 반영한 것이다.
북한이 비교적 오랜 검토 끝에 「거부」쪽을 택한 것은 3당국 회의에 대한중공의 압력이 미약했거나 압력이 있었더라도 북한이 이를 물리칠 만큼 소·중공사이에서「줄다리기 외교」를 할 수 있는 폭이 넓다는 것을 말한다.
북한은 3당국회의를 수락할 경우 미국을 포함한 서방과의 관계다변화로 경제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이득이 있는 반면에 그들의 이른바 한반도 적화노선을 포기해야하는 「딜레머」에 빠질 것을 놓고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상반된 이해득실을 놓고 다각적인 분석 끝에 실리보다는 명분쪽을 택한 것 같다.
결국 이번 북한의 태도는 김일성의 확고부동한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독일식 방안 등 주변정세의 변화를 논리적 근거로 하는 합리적 대화방법의 모색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아울러 미국으로서는 북한과의 직접 접촉을 하지 않겠다는 한국정부와의 약속을 깨지 않는 한 상당기간 대안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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