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 재산가 송씨 유리하게 조례 개정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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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44·사진) 서울시의원이 숨진 강서구 3000억원대 재력가 송모(67)씨에게 유리하게 서울시 조례 개정을 시도한 정황이 확인됐다. 김 의원이 송씨로부터 받은 5억원의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012년 12월 3일 송씨는 준공업지역 내 토지(강서구 염창동 70번지) 2923㎡를 경매로 매입했다. 송씨가 땅을 매입한 뒤인 지난해 4월 1일 김 의원은 ‘서울특별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1인 발의했다. 김 의원과 같은 당 소속이던 당시 민주당 의원 11명도 이 개정안에 찬성했다.

주택과 산업지역이 혼합된 준공업지역에 호텔급 생활숙박업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개정안의 주된 내용이었다. 조례가 통과되면 공동주택·오피스텔·고시원만 지을 수 있는 준공업지역에 호텔급 레지던스 등 고급 숙박시설까지 지을 수 있게 돼 땅의 가치는 급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김 의원이 발의한 이 조례 개정안은 서울시와 강서구의 반대로 시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텔 등 기존 숙박시설과의 형평성뿐 아니라 준공업지역 내에 있는 주거 환경 문제가 대두될 수 있어 당시 개정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설득해 조례를 통과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례가 개정됐다면 준공업지역 내 토지 소유자들은 큰 이득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 선거 전 용도변경 약속”=서울 강서경찰서는 송씨와 수년간 일해 온 건축사 한모(47)씨로부터 “김 의원이 6·4 지방선거 전까지 자신 소유의 S빌딩 토지 용도지역 변경을 처리해 주기로 했다고 송씨에게 들었다”는 진술을 받아 냈다고 1일 밝혔다. 그는 2012년 송씨의 요청에 따라 현재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S빌딩을 지상 8층 규모 호텔로 증축하는 설계도도 그려 놨다고 한다. S빌딩이 있는 내발산동 일대 송씨 소유의 부동산(4312㎡)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다. 용적률이 최대 250% 이하여서 건물의 증축과 개발에 제한을 받는다. 만약 이 지역을 상업지구로 용도지역 변경하면 용적률이 최대 600%까지 오르고 증축할 수 있는 높이도 4층에서 15층까지로 확대된다. 송씨는 지난 3월 살해되기 전 두 아들에게 “내가 잘 처리해 조만간 용도지역 변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건축사가 김 의원을 언급한 점과 가족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김 의원이 받은 5억원이 송씨의 S빌딩 용도지역 변경 청탁 대가인지를 수사중이다. 이와 관련, S빌딩 설계에 참여한 건축사 홍모씨는 “이 건물의 용적률이 변경되면 평당 1억8000만원까지 땅값이 오르게 된다”며 “송씨의 자산가치는 3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오르게 되는 만큼 김 의원이 받은 5억원은 이익에 비하면 헐값이다”고 말했다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된 김 의원은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정훈탁(47) 변호사는 변호인 의견서에서 “김 의원은 송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김 의원이 송씨를 살해할 만한 동기가 없다”고 말했다.

채승기·안효성·고석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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