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는 '황금거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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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한국시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 마스터스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연습 라운드가 열린 이날 골프장을 찾은 갤러리는 3만명을 넘었다. 연습 라운드를 지켜볼 수 있는 입장권 가격이 1인당 26달러니까, 3만명만 잡아도 주최측은 이날 하루 78만달러(약 9억8천만원)의 입장수입을 올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마스터스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골프대회지만 동시에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갖춘 이벤트이기도 하다. 총상금이 6백만달러(우승상금은 1백만달러 이상)를 넘는 이 대회가 별도의 스폰서 없이 자체 수익만으로 67회째를 꾸려가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럭저럭 대회를 꾸려가는 정도가 아니라 거액의 수익금을 남긴다. 마스터스가 스폰서를 두지 않는 것은 대회를 스폰서 기업체의 입김을 배제한 순수한 골프행사로 만들려는 취지에서 비롯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 측은 한해 마스터스 운영으로 2천만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 TV방영권 수입이 약 7백만달러, 입장권 수입이 약 6백만달러, 기념품 판매 수입이 약 1천만달러다.이 돈으로 상금을 주고, 행사경비를 쓰고도 수십만달러에서 수백만달러의 순익을 남긴다고 한다.

마스터스 1~4라운드를 모두 지켜볼 수 있는 입장권 가격은 1백25달러다. 그나마 수년 전에 매진돼 대회가 임박해서는 표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1~4라운드 모두 입장 가능한 티켓은 액면가의 수십배인 7천~1만달러에 암거래된다.

골프장 내에서만 파는 기념품 판매 수입도 천문학적이다. 마스터스 로고가 새겨진 기념품은 골프팬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최고 인기 품목이다. 지난해의 경우 1천4백만달러어치 기념품을 판매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정상급 골퍼들의 기량을 가까이서 지켜보기보다는 기념품을 사기 위해 입장권을 구입했다는 골프팬들도 상당수다.

이를 증명하듯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 내에 마련된 기념품 판매코너는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던 10일에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기념품을 사려는 행렬이 1백m 가량 늘어섰다.

가격은 만만찮게 비싸다. 마스터스 로고와 주최 연도인 2003이 새겨진 모자가 21달러다. 2003년이란 숫자를 뺀 채 로고만 새긴 모자는 16달러다. 퍼터 커버는 12달러, 볼마커는 6달러, 버클은 25달러, 크리스털컵과 수건은 17달러, 12개들이 골프공은 40달러다. 머니 클립.쇼핑 바구니.마우스 패드 등 품목의 종류도 수십가지나 된다.

오거스타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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