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피」지니고 사경 헤매던|황동순군 생명 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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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0만명에 9명꼴로 나타나는 희귀한 심장기형으로 「푸른피」를 지닌 채 「빈사의 늪」을 헤매던 소년이 서울대의료진의 손길로 구원됐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서경필 박사(47·흉부외과) 「팀」(이영우·한만청·김광우·노준량)은 최근 외국 심장의학계에서도 극히 어려운 수술로 알려져 「심장외과 수술의 꽃」으로 비유되는 『「라스텔리」씨 수술』을 성공시켜 사경을 헤매던 「책색증」환자인 황동순군 (19·경기도안양시)생명을 구하고 우리나라 심장의학 수준이 세계수준에 올랐음을 입증했다.
황군은 태어날 때부터 내장이 좌우가 뒤바뀐 특이한 기형으로 심장이 오른쪽에 있을 뿐만 아니라 대동맥과 폐동맥이 함께 정맥피가 나가는 우심실에서 뻗어났고 좌우심실(심실)사이에 구멍이 나있는 등 심장에만 5가지의 이상을 지닌 「선천성복잡심장기형」. 이 때문에 심장에서 나간 피가 허파를 거치는 동안에 산소와 결합, 묽은 피가 되어 체내를 순환하는 정상인과는 달리 피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채 푸른피 그대로 돌아 온몸이 푸른 빛을 띠는 책색증을 나타내고 심한 저산소증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쁘고 의식을 잃는 등 사경을 헤매왔다.
서 박사「팀」은 지난6월1일 4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통로를 만들어 주고 우심실에 구멍을 뚫고 인조현관을 집어넣어 좌심실과 대동맥을 연결, 정상인과 같은 혈류를 만들어 주었다. 수술이 끝나자 황군은 즉시 혈색이 정상인 사람같이 빨갛게 변했고 혈압도 정상으로 유지됐다.
서 박사는 앞으로 3개월 후면 퇴원, 황군이 정상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20일째인 황군은 『다시 태어난 것 같다』며 큰 숨을 들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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