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철학자 승계호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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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들어 구미에서 나타나고있는 보수적 분위기는 전혀 새로운게 아닙니다.
60년대이후 유행처럼됐던 진보적 사회관이 다시「안으로」방향을 돌리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25년만에 고국에 돌아온 승계호박사(49·미「텍사스」대교수)는 역사철학자답게 최근의 정치·
사회조류를 명쾌하게 풀이한다.
한국국제문화협회(회장 김명회)의 초청으로 부인 한귀환여상(피아니스트) 및 3명의 아들과 함께
내한한 승박사는 평북정주출신. 일찍이「예일」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따낸 학계에서 알려진 석
학이다.
한달예정으로 고국에 머무르는 동안 바쁜 일정을 틈내 5, 6차례의 강연회를통해 친지들과 동료
학자들에게 인사할「스케줄」을 짜놓고 있다.
경희대에서「서양사회사상의위기」(4일), 서울대사회과학연구원에서「사회과학의 과학적성격」
(5일), 「탈형태학」(7일), 동국대에서「서양철학의 위기」(9일), 또 같은 제목으로 서강대(18일)에
서 특강을 하는한편 외교안보연구원에서는「미국의 사조와 외교정책」(12)을 강연할 예정이다.
그는 서양의 근대사회사상을 움직이는 이념을 3가지로 요약한다. 자유·평등·사랑의 「프랑
스」혁명이념이 바로 그것. 3가지이념을 사회개조를통해 이룩하려는 노력이 최근까지 구미사회사
상가들을 사로잡았다고말한다.
그러나 승박사는 근본적으로 『인간성을 사회성보다 더 믿어야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모
든 이상을「밖으로」사회에서 찾으려고 해왔으나 완전한 자유와 평등을 제대로 이룩한 사회는 없
었고 이루었다고 해도 한편으로 「다시 허전한」부분이 끝까지 없어지지않는「딜레머」에 빠졌다
고한다. 이와같은「딜레머」가 바로 서양사회의 위기라는 얘기다.
그는「예일」대 재학중인62년「단테의 신곡론」을 발표, 신곡의 주인공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설명, 구미학계의 관심을 모았으며 69년엔「칸트의 선험논리」, 작년엔「문화테마론」을 내놨다.
「테마」론을 뜻하는 「Thematic」란 말은 그가 처음으로 만들어낸 영어단자다.
뿐더러 그는「언어학과 언어해석학」(Linguistics and Hermeneutics)을 설교, 곧 출판할 예정이
며, 현재「인문과학론」을 집필중이다.
그가 동양사상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것도 이와같은 관련에서다. 「내성을 찾는 사상」은 일찍
이 서양보다 동양에서 더욱계발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승박사는「칸트」를 주전공했지만 최근들어 동양철학에 더욱 심취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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