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 영농의 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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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농축산물 가격하락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최근 전남의 어느 지방관청이 농민과 합동으로 실시한 농축산물의 경제성조사에 따르면 소 한 마리를 기르는데 7만원, 돼지는 2만 5천 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또 보리농사는 1정보에 21만7천 원의 적자가 나는 것으로 돼 있다.
영농 자재비 와 인건비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데 가축이나 보리 시세는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가축·보리뿐 아니라 청과물·원예작물에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는 전하고 있다.
물가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에게 값이 떨어진다는 것은 일단 반가운 일 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쳐 우선 농민들이 생산비를 못 건진다면 이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농민의 가계가 위협받을 뿐 아니라 전체 농업생산기반이 무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체 물가상승을 주도하던 농산물가격이 이처럼 떨어지는 원인은 생산이 늘어난 데다 정부의 무분별한 수입정책으로 공급과잉을 빚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한우사육 정책 77년 말의 1백49만두에서 작년 말에는 1백62만두로, 돼지는 1백 48만두에서 1백72만 두로 늘었다.
보리도 소비가 급격히 줄어 작년에 정부가 수매한 3백5O만 섬이 그대로 남아 있는 데다 올해에는 평년작 넘는 대풍이 예상되고 있다. 값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값이 하락한다고 무조건 잘못된 것으로 볼 수만은 없다 한우나 돼지의 경우 지난해에 지나치게 올랐기 때문에 다소 값이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란 반론도 재기되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생산농민에게 출혈생산을 강요한다는 일은 있어서 안될 것이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쇠고기·돼지고기의 수입을 중단하고 보리·원예작물의 수매를 준비중이라 한다.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차제에 정부가 이 같은 대응조치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암기산물의 생산·수급·가격 정책에 전면적인 재검토를 가할 것을 권고 하고싶다.
최근 야기되고 있는 농축산물의 가격·수급부 안정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저조적 불균형의 문제를 배경에 깔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것은 수입의 증가로 농업의 절대 부양 능력은 계속 떨어지는 반면 농업생산은 소비「패턴」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일부 품목은 남아돌아 자원의 낭비를 빚고 있다는 점이다.
식비 자급률은 78년의 74·2%에서 79년에는 69·8%, 작년에는 60·6%로 떨어질 전망인데 비해 보리는 계속 남아 81년에도 12%의 생산 과잉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육류· 원설 작물의 가격이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수요에 대한 안정적 공급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공급부족→ 가격 폭등→ 수입· 생산과잉→ 가격 폭락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기 때문임은 잘 아는 일이다.
물론 `우리는 모든 농축산물을 자급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모자라는 품목을 수입하되 국내 생산구조를 합리적으로 재호, 주어진 국토대원의 이용률 극대화하여 생산을 늘리고 수입에는 차액관세 등을 적용, 국내생산기반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방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토자원의 이용을 극대화하려면 농지전용제한, 산지문발의 억제 등 행정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상업적 영농을 권장, 농업에서도 자유주의 경제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도록 하는 점이 첩경이라고 여겨진다. 당국의 심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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