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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는 백지 상태, 남미 국가 중 가장 가능성 높아 ”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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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호 08면

한국이 파라과이 경제개발의 ‘롤 모델’이 된 데는 고(故)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3남 문현진(45ㆍ사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의장이 역할을 했다.

한-파라과이 가교 역할, GPF 문현진 의장

‘종교를 넘어 세계평화와 가정의 가치를 회복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비영리단체 GPF는 2008년 창설됐다. 몽골·케냐·파라과이 등 20여 개 저개발국가에서 사회혁신과 평화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GPF를 창설한 문 의장은 2008년 파라과이를 처음 찾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파라과이에서 새로운 국가개조 실험에 나선 것이다. 그는 우선 재벌 자녀들을 모아 북부 차코 지역으로 소몰이여행(cattle drive)을 떠났다. 이 여행을 통해 인권과 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를 설파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했다는 게 GPF 측의 설명이다.

이후 GPF는 파라과이의 국가개조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다. 교육부와 함께 청소년 인성교육에 나섰고 공동체 재건운동을 벌였다. 정치적으로는 파라과이 최초의 정치 싱크탱크인 IDPPS의 설립을 도왔다. IDPPS는 카르테스 대통령의 집권을 도운 최대 우군(友軍)으로 꼽힌다.

지난 18일 아순시온 부르본호텔에서 만난 문 의장은 “작은 나라인 파라과이는 GPF가 추구하는 사회혁신 운동의 모델이 될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아직도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선진국은 파라과이 집권세력의 개혁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내가 처음 파라과이에 올 때만 해도 미국 국무부가 여행위험국가로 분류했다. 지금은 남미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나라로 꼽는다. 파라과이는 ‘남미의 자궁’이다. 값싼 에너지와 노동력을 갖춘 파라과이는 남미의 허브가 될 것이다.”

-파라과이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뭔가.
“GPF가 추구하는 의식개혁운동과 함께 경제개발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의 모델이 될 독특한 경험을 갖고 있다. 왜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내가 남미에 개발모델을 세우는 데 관심을 가질까. 향후 남북통일 과정에서의 경험을 쌓고 싶은 것이다. 북한이 붕괴됐을 때를 대비해 나라를 재건하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파라과이는 부의 대부분을 극소수가 독점하고 있다. 기득권층이 갖고 있는 부와 권력을 포기하지 않고선 개혁이 어려울 것 같다.
“5년 후에 다시 와보라. 이미 씨앗은 뿌려졌다. 파라과이가 좋은 점은 ‘백지(白紙)’와 같다는 것이다. 대통령부터 주요 지도자들까지 내가 주장한 비전과 전략을 이해하고 일치돼 나가고 있다.”

카르테스 대통령과 문 의장의 ‘국가개조’에 대한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장애물은 높고 험하다.

우선 카르테스 스스로가 논쟁적인 인물이다. 남미 최고 거부로 꼽히는 그는 마약조직의 돈세탁과 밀수 등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0년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국무부 외교문서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4월 미국 정부의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카르테스를 요주의 인물로 관찰해 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파라과이의 경제개혁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뉴욕타임스는 “파라과이가 남미 최고 수준인 연 1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이지만 이 같은 경제 호황은 일부 부자의 주머니 속에만 존재한다”며 카르테스가 빈곤퇴치를 주장하고 있지만 구체적 방안이 없는 데다 조세수입이 GDP의 18%에 불과해 재원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10%의 소득세 법안이 신설됐지만 부자들은 이를 낼 생각이 없어 경제발전이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며 “경제지표들도 믿기 어려워 공식실업률은 30%대이지만 실제론 60%를 상회한다”고 지적했다.

집권 이후 카르테스 대통령은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각종 부정부패 척결책을 내놨고, 매년 10억 달러 이상의 SOC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성패는 그를 당선시킨 기득권층이 주머니를 열 것인지에 달려 있다. 문 의장의 실험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평화와 가정의 가치를 앞세운 아버지의 유지를 계승하면서도 독자적인 사회개혁운동을 펼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실제로 성과도 적지 않다. 그가 설립에 관여한 IDPPS는 북부 알토파라과이주와 협약을 맺고 정책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파라과이에서도 가장 혼란스럽던 알토파라과이주는 불과 몇 년 만에 가장 모범적이고 투명한 지방자치단체로 변신했다.

문 의장이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염원대로 세계적 평화운동가의 반열에 오를 것인가. 파라과이의 국가개조 실험을 비롯해 그가 추진 중인 GPF의 활동이 향후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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