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리면 고용은 … 뜨거운 논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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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호 24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학계의 오랜 논쟁거리다. 1977년 미국 최저임금연구위원회(MWSC)는 “최저임금은 10대 고용과 25세 미만 청년층 취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발표했다. 이게 10년 이상 학계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94년 미국의 데이비드 카드와 앨런 크루거 교수가 이를 반박하는 연구를 내놓자 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두 교수는 현실에선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미국에서 가장 높은 최저임금(시간당 5.05달러)을 실시한 뉴저지주와 이웃 펜실베이니아주(4.25달러)의 경계지역 패스트푸드점의 고용을 비교해 보니 뉴저지의 고용이 펜실베이니아보다 오히려 늘었다는 것이다.

학계의 정설을 보기 좋게 깨트린 이 연구는 최저임금과 고용에 관한 논쟁에 불을 붙였다. 주류학계에선 두 교수를 왕따 취급하기도 했다. 카드 교수는 그 뒤 최저임금에 관한 연구에서 손을 뗐다. 그는 2006년 한 인터뷰에서 “(주류학자들은) 우리의 연구를 경제학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봤다”며 “수요·공급의 노동시장 모형이 틀리진 않지만 실제 노동시장엔 마찰이 있고 정보의 불완전성도 존재한다”고 했다.

한때 최저임금제를 폐지했던 영국은 97년 이를 부활시켰다. 당시 영국 정부는 “최저임금제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성공적인 정책이며 실업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실업률은 98년 7.5%였으나 2003년 4.7%로 하락했다. 9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나 최저임금의 고용효과에 관한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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