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모스크바는 말이 통하는데…" 김행자 <이대 법정대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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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어제 아침(4월25일)출근길에 방송「뉴스」를 들은 시민들은「모스크바」와의 첫 통화를 실감있게 들을수 있었다. 36년만에 동생과 통화를 하는서울의 유미자씨는 동생 금자씨를 부르느라고 대화를 계속하지 못했다.
이와같은 서울∼「모스크바」와의 전화개통은『중개국인 영국정부의 협조와 소련정부의정식동의를얻어 이루어진 결과』라고 체신부가 밝혔다.
국제전기통신연합 (ITU) 협약 23조는『각 회원국은 국제간의 통신을 신속하고 중단됨이 없이 유지하기 위해 시설을 설치 운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1948년부터 회원국인 우리나라가 다른 어느나라와 국제전화 통화를 해도당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해서 우리나라의 6·23선언이후 9년만에 비공식공산국가로는 6번째의 국제전화 개통이실현된 것이다.
소련이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로서 우리의 통화요청에응하게 된것은 다행한 일이며 오랫동안의 정부 노력의 결과라 하겠다. 그러나 그와는 대조적으로 세계탁구대회에 조차참가할수 없게「비자」마저 주지않는 동족인 북한의 처사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심경이다.
물론「모스크바」와의 전화개통을 너무 커다란 성과로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뉴욕·타임즈의「모스크바」특마원으로『러시언』이란책을써서「퓰리처」상까지받은「헤
드릭· 스미드」는「데탕트」가 세계정치의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준것같이 보이지만 사실상의 소련의 대외정책은 서방국가에서생각하는것만큼 변한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동서의「데탕트」선언은 세계가 점차 동질적인하나의 문화권을 현성해 나가게될 계기를 마련해준것은 사실이다.
사람들이「제트」기를 타고,「텔리비전」을 보며, 전화를 사용하는등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여 다른 문화권의 특성을 받아들이면서 세계는 하나의 독톡한 문화권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이것은 문화에서 뿐만아니라 정치에서도 그런 현상을 보일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세계는하나의 정치·문화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가게될 것이라고 정치학자인「루시안·파이」는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날이 우리가 생각하는것만큼 빨리 오기를 기대하는것은 성급한 일인것 같다.같은 공산주의이념을 가진국가라해도 우리와 지리적·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있는 북한이나 중공과는 현실적으로 가장 먼 관계에 있다. 정치적인 문제는 이해가 엇갈려 잘안된다해도 ITU규정에 의해서건 남북대화에 의해서건 전화개통 정도는 가능해져야할 것같으나 그것마저 이루어지지 않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이기때문에 소련과의 전화개통에 우리는 커다란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으나 어느경우에도 국제관계를 우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 유리하게 생각하려는 경향은 배제해야만하겠다.
국제문제를 우리의 입강에서만 해석하려고 한다면 문제의핵심을 잃게된다. 이번의 소련과의 국제통화도 소련의 서방과 사회·과학·문화적 교류를 하겠다는「데탕트」표방정책의 일서이상의것은 아닐지모른다. 이것을 계기로 점차 문화적·학문적교류라도 시작되면 정치적인 문제도 시간은 걸리더라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실마리를 찾을수 있을것이다. 그러면우리와 가강 가까와져야할 평양이나 북경과의 관계에도 점차변화가 와질것은 당연한 일로기대해본다.
문제는 피차에 얼마나 인내를 가지고 긴안목으로 슬기로운 지혜를 짜내며 노력하느냐에 달린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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