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용의 소지많은 수출금융|「독은 안깨는」개선책 바람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율산사건」을 금융제도의 허점이라는 측면에서 원인을 규명하려는 주장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현행 수출지원금융제도는 이를 악용하려는 사람들에겐 안성마춤격으로 편리하게 짜여있기 때문이다.
우선 수출금융의 저리와 융자조건의 특혜적취급이 악용의 미끼를 던져준다.
수출금융(보통 운전자금으로 지원되는 단기수출지원금융)은 금리가 연9%. 그나마 얻기도 힘든 일반대출금리 19%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수출금융은 LC(신용장)나 DA(선수출계약서)만 제시하면 자동적으로 나가게 되어있고 그것은 DC(국내여신)규제도 받지않게끔 되어있다.
거래은행의 입장에서는 수출금융의 80%는 한국은행으로부터 재할을 받는데 이때 적용 금리는 4%. 그러니까 5%의 높은 「마진」이 떨어지게된다. 그래서 각은행들은 앞다투어 수출금융거래선을 유치하려고 기를 쓴다.
다음엔 수출금융의 관리상의 특혜이다.
수출금융을 받아쓴후 기한내수출을 하지못하더라도 보통 1백35일까지는 9%의 금리를 적용받고 그이후에는 일반대출금리(우량업체 18.5%·기타업체19%)를 물도록되어있다. 일단 수출금융을 내준후에 은행측에선 이를 사후관리할 아무런 장치가 없다.
규정에는 수출을 이향하지 않거나 서류를 위조 또는 변조한자에 대해선 일정기간동안 수입업 자격정지같은 제도를 받도록 하는데 그치고 있다.
더구나 수출규모가 연간 1백50억「달러」에 이르는 마당에 서류조차 제대로「체크」하기 힘들수밖에었다.
악용의 최대 허점은 이른바 신용장없이 외상으로 수출하는 DA수출금융.
율산은 자그마치 7천4백만「달러」의 잔고를 갖고있고 다른종합상사들도 수출실적의 40∼60% DA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DA수출은 해외「바이어」나 현지법인이 선수출계약서를 보내오면 수출업자는 이것을 갖고 금융을 타쓴다.
선수출계약서(DA)라는것은수출대금을 나중에 갚기로하고 우선 상품을 보내달라는 주문으로 해외현지에 물건을 쌓아두고 팔기위한 방식이다.
수출대금입금은 최대한 1년3개월동안 끌 수 있다.
수출업자는 해외창고에 쌓여있는 상품을 담보로 현지법인을통해 금리가 싼 현지금융까지 받아 쓰기도 한다.
정부는 이러한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수출금융 제도개선책을 곧발표할 예정이다.
제도를 악용하려는 자 때문에 수출지원제도를 악덕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쥐를 잡기위해 독을 깨자는 주장에 동의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한 논리안에서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