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트럭의 도심통과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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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도심교통체증을 완화하기 위한 긴급처방의 하나로 등장한 화물차량의 도심통과규제조치는 서울의 도시기능이나 구조적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내려진 결정인 듯하다.
당해지역 주민들이나 상인들, 그밖에 화물운송업자들의 주장만을 귀담아 듣지 않더라도 우선 당초의 방침을 강행할 경우 몇가지 혼란과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4월1일부더 당장 시행하겠다는 이번 방침의 골자는 상오와 하오 하루 두차례씩 도심권운행을 제한했던 1.5t이상의 화물차는 상오7시∼하오10시까지 전면 통제하고, 지금까지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았던 1.5t미만의 소형 용달차에 대해서도「러시아워」에 한해 도심통행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조치는 이 시간대에 집약적으로 몰리는 도심의 차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수긍할 수 있겠으나, 반면 이 지역으로 각종 화물차량이 진입하고 있는 필요부가결한 요인을 감안할때 이상적인 대응요법의 하나라고는 보기 어렵다.
물론 이번 조치는 완전한 통제가 아니고 제한시간내의 통행이 불가괴한 차량에 한해서는 1∼3개월 단위로 통행증을 발급하겠다는 예외를 두고있다.
통행증의 발급은 공공사업상 필요한 경우, 원자재수송· 농수산물등 생필품·유류· 「가스」 등 「에너지」공급차량등 상당히 범위가 넓은데다가 시민생활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까지 포함시키고 있어 사실상 이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나면 도심으로 통행할 수 없는 화물차가 과연 몇대나 되겠는가.
그리고 1.5t이상의 화물차 통행 제한시간에 소형화물차의 통행량이 상대적으로 늘어날 것은 뻔한 이치여서 이는 분명 새로운 소통 장애요인으로 등장할 것이 틀림없다.
또한 통행증 발급을 둘러싸고 색다른 부조리가 발생할 소지도 없지 않으며 화물운송업체가 대체로 영세한 점으로 미루어 이번 조치로 인해 이들의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도심집중적인 서울의 기능구조상 자칫하면 상품유통 질서에 혼란을 빚어 시장기능이 흔들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한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관리기능의 90%, 금융기능의 93%, 교통·통신·정보기능의 88%,상업기능의 88%등이 과밀상태로 도심에 혼재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을지로통 상가의 경우 도심지 부적격업종으로 2천1백사개 점포가 자리잡고 있으며 이곳에서 취급하는 상품의 68.9%가 중량이 많거나 부피가 큰 것들로 밝혀졌다. 이같은 실정인데도 이 지역의 주차장 확보율은 고작 2.6에 불과하다고 한다.
따라서 도심기능을 분산하지 못한 현재의 여건하에서 근본적인 문제는 원활한 소통을 위한 주차시설확보와 주·정거질서를 확립하는 길이다.
화물차량의 도심통행제한이 결코 교통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비중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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