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화단에 이중섭「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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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극단「실험극장」이 28일부터 공연하는『화가 이중섭』(이재현 극본·연출)에서 「타이틀·틀」을 맡아 또하나의 새로운 이중섭을 만들어내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이한승씨. 그는 70년부터 연극을 시작, 약간의 TV출연(KBS)을 빼놓고는 10여년동안 연극무대에 매달려온 토박이 연기자다.
『4개월째 연습하면서, 자신의 예술을 위해서는 모든것을 희생하면서도 예술 외의 것에는 무지할 정도로 무관심했던 중섭의 예술가적 천성에 완전히 매료되었읍니다.』
역을 맡고 나서 이중섭의 전기를 찾아 읽고 친지들을 만나 얘기도 들었으며 화실에서 미술공부도 했지만 그것은 화가 이중섭의 전체적인「이미지」 를 보다 뚜렷이 하기위한 노력이었을 뿐 그의 개인적인 특징 하나하나에 집착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제가 그리고 싶은 것은 이중섭의 불우했던 생을 통한 예술인 공통의 창조를 위한 고통과 절망이지 요절한 천재화가의 단순한 전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그의 모습은 실제의 이중섭과 상당히 흡사하다는 것이 주위의 평이다. 나이도 극중 이중섭의 나이(30대 후반) 와 엇비슷한 34세.
가진 것이라고는 일상에 대한 철저한 무지와 완벽한 동심뿐이었으면서도 예술에 대한 외고집으로 불후의 창작을 남겨놓은 이중섭. 그가 어떤 모습으로 새봄의 무대에 되살아날지 궁금하다.
중섭의 두 친구역은 반석진·채희재등 이씨와 계속 같은 무대에 섰던 두 연기자가, 부인 「마사꼬」역은 신인 이현선양이 맡았다.
○…소·닭·동자등 독톡한 화풍을 구사했던 고 이중섭화백 미발표 유작전이 4월중순께 미도마화랑에서 열릴 예정이다. 고인의 미망인「야마모또·마사꾜」여사(재일·한국명 이남덕)와 친조카 이영진·이남화씨가 소장하고 있던 2백여점이 전시되는데 지금껏 한번도 소개된 적이 없던 작품들이어서 눈길을 끈다.
즉 40년대 일본동경문화학원을 졸업한 뒤 원산에 돌아온 이화백이「야마모또」역사에게 보낸 엽서그림과 2∼10호의 유화·수채화등. 이 유·빙채화 40여점은 50년대 초에서 작고하기 직전까지의 작품 『피난민과 첫눈』『물고기·계와 아이들』이 포함된다.
이 유작전은 고인의 유족에 의해 4년 전부터 추진돼온 것. 전시회와 때를 맞춰 유족소장의 작품을 중심으로 화집을 내놓을 예정이며 대구·광주·부산등에서도 전시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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