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사우루스에 깃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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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깃털을 가진 동물은 새들 뿐일까.

일부 공룡들도 깃털을 가졌었다는 증거가 최근 잇따라 나왔다. 중국 북동부 랴오닝(遼寧)성에서 깃털이 달린 공룡의 화석들이 발견되고 있다.

이로 인해 커다란 도마뱀이나 악어의 그것처럼 단지 딱딱한 피부를 지녔다고 여겨졌던 대형 육식공룡들도 몸의 일부분에 깃털이 있었다는 주장까지 대두되고 있다.

중국 고생물학 연구소 수 싱 박사 등은 올초 과학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중국에서 발견한 깃털 달린 공룡의 화석을 공개했다.

몸길이 약 80㎝ 정도의 이 공룡은 이빨 등으로 볼 때 육식 공룡이 분명했다. 그런데 앞.뒷다리 모두에 깃털이 달렸던 자국이 화석에 선명히 찍혀 있었다.

수 박사는 특히 이 공룡의 깃털이 날아다니는 새의 그것과 구조가 완전히 같다는 데 주목했다.

깃털에는 날개에 달린 것, 공작의 꼬리처럼 과시를 하기 위한 것, 방한복에 쓰이는 오리 가슴털(다운) 같은 보온용 등 여러가지가 있다. 구조도 각기 다르다. 그런데 발견한 공룡의 것은 바로 날개 깃털이었다.

그러나 수 박사는 "전체적인 해부학적 구조로 볼 때 날 수는 없었고, 요즘의 날다람쥐처럼 나무 사이를 건너뛸 때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고 유추했다. 그는 또 "이 화석이야말로 새들이 공룡의 후손이라는 결정적 증거"라고 말했다.

고생물학자인 미국 캔사스대 리처드 프럼 교수는 최근 학술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실은 논문에서 "깃털도 여러 진화 과정을 거쳤으며, 초기 단계의 깃털들이 하나씩 화석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초기의 깃털은 그냥 좀 긴 돌기가 피부 위로 돋아난 모양이었다. 그러던 것이 보온이나, 움직일 때 몸을 가볍게 해주는 쪽으로 점점 발달해 지금의 깃털이 됐다는 것이다.

프럼 교수는 "아직 화석 증거는 없지만 티라노사우루스의 특정 부위에 깃털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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