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다 서독내의 동독간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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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독의 신문에는 금년들어 1주일이 멀다하고 간첩검거기사가 터져나와 마치 서독이 동독간첩의 소굴이 되어있는둣한 착각을 준다. 최근에 밝혀진 경우만해도 우주공학의 「알드레트·바르」, 화학의 「카를·하우페」, 건축설계의 「귄터·셍거」, 전기공학의 「게르하르트·아놀트」와 핵물리의 「졸프·도베르틴」사건등 부지기수.
이들이 모두 관련분야의 정보를 모조리 빼낼수 있는 요직에 있은것은아니지만 적어도 자기에게 주어진 「테마」만은 깡그리 동독으로 넘길수 있어 서독으로선 적지않은 충격인것이다.
물론 「브란트」수상의퇴진을 가져온 「기욤」사건이나 「레나터·루체」또는 「잉그리트 ·가르베」에 비하면 이들은 송사리에 불과하다.
「기욤」이라면 「브란트」수상의 보좌관으로서 국가최고정책을 모조리 빼내간 동독간첩의 대명사-.
그리고 여간첩 「루체」와 「가르베」는 국방성의 기획관계부서에근무하면서군대배치에서부터 미래의 무기개발 계획에 이르기까지 서독과 「나토」의 군사기밀을 동독에 넘겼던 인물들이다.
그렇다해도 이번에 발각된 간첩들이 결코 과소평가될수는 없다. 과학및 기술분야에 깊숙이 파고들어 수집가능한 자료는 모조리 「카메라」로 찍어 「컨테이너」라고 불리는 「통로」를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빼돌렸기 때문이다.
「기욤」이후 현재까지 3년동안 서독방첩망에 걸러든 동독첩자는 모두2백여명. 그러나 이는 서독이 추산하고 있는 동독첩자수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동독의 대서독정보기구는 국가안전생산하의 대외공작국으로 15개과에 본부요원만 1천여명에 이른다.
서독에서 암약증인 요원수는 1만여명에이르는 국내 공작요원의 숫자로 추리될 뿐이다.
서독에서는 국가관이 투철하지못하고 사형제도 없어져 간첩으로 잡히더라도 죽음에 대한 공포마저 사라진 현실인만큼 동독첩자가 활약하기엔 안성마춤이다. 더구나 서독 방첩망에 걸렸다해도 동독안에 수감중인 반체제 인사와의 교환석방이 가능 하기때문에 서독안의 동독첩보망은 근절이 불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본=이근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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