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효의농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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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햇볕과 비와 바람으로 농사를 짓던 일은 이제 하나의 동화가 되어 버렸다. 당국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논은 평균 8.5회의 농약세례를 받았다.
15년전인 1964년엔 농약 살포 회수가 1회에도 미치지 못했었다. 그 10년 뒤인 1973년엔 5.2회 다시 5년 뒤엔 8.5회를 기록한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농약살포 면적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가히 현대의 농업은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새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한가지 흥미있는 사실은 농약의 살포량과 병충해는 서로 비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응당 그 관계는 반비례해야만 효과적이다. 하지만 결과는 오히려 반대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농약의 성분을 의심하고 있는 것같다. 그런 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병해충의 저항력이다.
모든 생물은 똑같은 악조건에 시달리다 보면 스스로 저항할 능력을 갖는다. 논바닥의 생물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이것을 극복하는 길은 보다 새롭고, 보다 강한 농약을 보다 많이 뿌리는데에 있다.
마치 화류병치료를 위한 항생제익 단위를 자꾸만 높여야하는것과 같이….
그 다음의 일들은 하나같이 두렵기만하다.
이웃 일본의 어느 농촌에선 흙속에 짚을 묻어도 썩지 않는다고한다. 농약의 세례를 어떻게나 많이 받았던지 흙속의 「박테리아」마저 죽어 버린 것이다. 그런 흙은 흙이기보다 농약의 덩어리나 마찬가지다.
지표의 30cm 흙속엔 1g당 수천만의 「박테리아」와 곰팡이·「바이러스」·원생동물이 어울려 살고있다. 지렁이·땅강아지·두더지도있다. 바로 그런 복잡한 소우주속에 갖가지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고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고있다.
식물이 여기서 흡수하고 있는것은 화학적인 화합물만이 아니다. 각종 미생물들이 만들어 내고있는 복잡한 분해물들이다.
흔히 흙1g속에 미생물이 2∼3억쯤 있으면 비옥하다고 말한다. 때로는 10억의 미생물이 있는 기름진 땅도 있다. 아무리 박토라도 1천만마리는 있다. 바로 그런 땅이 무기화학비료와 농약으로 「죽은땅」이 되어가고있다.
언젠가는 기근보다 농약이 더 무서운 현실이 인류에게 닥쳐올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농업은 바로 농약과 비료의 악순환만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의 농법은 이젠 전환을 모색해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당국의 보고서는 깊이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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