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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동굴속 헤매는 기분"|이창범 주 이란공사가 말하는 교민들 살수계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란」 회교공화국의 장래란 점장이나 알까, 현 단계에서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겁니다.』
공관장회의 참석차 일시 귀국한 이창범 주 「이란」 공사는 한국과 「이란」간의 우호관계를 지속하는 문제, 우선 급한 한국업체 및 교포의 철수문제 등이 모두 캄캄한 동굴을 헤매는 것 같다고 했다.
그 자신 KAL기조종사의 신출귀몰한 목측비행 덕분에 가까스로 「테헤란」 공항을 빠져나왔다고 밝힌 이공사는 현지 한국업체와 교포들이 당하고있는 고통을 이렇게 전했다.
-공항이 페쇄돼 근로자출국 사정이 어렵다고 하던데….
『출국계획이 순조롭지 못한 것은 두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외국인업체에 종사하고있는 3천여명이 수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고용주는 도피했고 수중엔 무일푼이라 비행기표를 살 능력도 없다.
둘째, 지상조업을 전담하고 있는 「이란」 항공이 2개월째 파업중이고 얼마 전 관제탑요원마저 파업에 가담했다. KAL특별기를 비롯, 「테헤란」 공항에 내리는 비행기는 모두 일출시간을 택해 목측비행을 하는 처지다. 「이란」 항공측이 「트랩」까지 빌려주지 않아 KAL측은 급조사다리로 사람을 태우고 있다. 「킹기란」 공항은 구정 때 서울역풍경과 흡사하며 정기항로가 없어 대합실에 며칠씩 기다리고 있다가 요행히 타면 다행이고 그렇잖으면 기약 없이 기다려야한다.
-출국절차도 까다롭다는데….
『「이란」은 출국하는 사람에게 출국 「비자」를 받도록 하고있다. 출국 「비자」를 받자면 고용주의 납세필증이 첨부돼야 하는데 도망간 고용주를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외국인 업채 종사자들이 특히 고통을 겪고 있다.
-잔류 교포들의 생활상은?
『일찍부터 쌀 등 생필품 비축을 지시해 한국인업체 종사자는 아직까지 곤란을 받지는 않고 있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도심지에서 떨어진 공사장의 기숙사에 합숙하기 때문에 「데모」의 직접적인 피해는 안 받고 있다.
그리고 반정부회교군중들도 영국·미국인과 한국 등 「아시아」인을 구분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프랑스」인에 대한 감정은 좋은 편이며 『한국인은 남아있으라』는 「플래카드」가 「데모」 군중 속에 나타나기도 했다. 성실·근면하다는 것과 「착취세력」이 아니라는 것이 한국인의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전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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