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춤복을 밀어내는 기성복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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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성복 업계가 활기에 차있다.
70년대초 삼성물산과 우도상사가 남녀 기성복업계의 선발기업으로 기성복을 본격적으로 생산해온 이래 시장전망이 밝아지자 최근 2,3년 동안 20여 개의 크고 작은 국내기업이 기성복업계에 진출했다.
이와 함께 회사들은 다투어 판매망 확장에 열을 올려 지난 한해 동안만도 전국에 50여개의 대리점이 신설됐고 서울에서만 3O여곳이 늘어났다.
그동안 기성복이 정착되지 못한 것은 『싸구려 저질품』 이란 인상에다 마춤복의 공임이 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기성복이 선보인 것은 50년대 말의 「시대복장」.
그 후 60년대 들어 한국양복총판과 경남양복총판이 본격적인 기성복 생산에 들어갔으나「싸구려옷」이란 인상만 남긴 채 실패하고 말았다.
품질 경쟁이 아닌 가격경쟁을 벌였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였다. 70년대에 들어 삼성물산이 「댄디」라는 질좋은 고급 남자 기성복을 내놓아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 땅에도 본격적인 기성복 시대의 막이 올랐다.
남자용에 이어 여자 기성복을 본격적으르 생산한 것은 제일모직과「럭키·그룹」의 우도상사.
74년 말 양 사는 거의 같은 시간에 여성복을 시작하면서 신사복의 실태를 거울 삼아 「고품질=고가판매」의 전략을 사용했다.
고가청책은 그대로 적중했고 급속히 마춤복 시장을 잠식해 들어갔다.
남성복의 경우 순모복지 마춤복 한 벌에 9만∼11만원 (을지로· 명동 양복점)인데 비해 유명 「브랜드」기성복은 4만7천∼5만6천원으로 거의 절반 값.
이에 반해 여성복은 기성복 「실크·블라우스」 가 2만5천∼3만5천원, 「모슬린·스커트」가 3만∼3만5천원으로 이대입구나 명동양장점의 마춤복 가격 (각각 2만5천∼4만원, 3만5천∼4만5천윈)과 엇비슷하다.
심지어 일부 기성복은 마춤복보다 비싼 기현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외국에서 수입하여 국내에서(P상사) 만든 기성복(?)으로 1백40만원짜리 「밍크·코트」까지있는 판이니 기성복이라고 꼭 값이 싸야한다는 말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현재 남성복은 삼성물산을 비롯해 우도·표산(계열기업인 경흥물산)·삼품복장·한국 양복총판 등 5개회사가 주로 생산.
이에 비해 여성복은 우도상사·제일모직·표산·제일합섬·한일합섬·「코오롱」·유림통상· 한국생사·「모라드」·「뿅뿅」·「레나운」등 크고 작은20 여개 업체가 각축을 벌이고 있어 가히 춘추전국시대다.
여성복이 잘 팔리는 명동 등에 기성복 판매장이 다투어 들어서자(P상사의 경우는 60여m 사이를 두고 대형 매장을 2개 운영) 명동의 맞춤 전문 양장점은 10개 이내로 그 수가 대폭 줄었고 기성복의 제조 판매로 돌아섰다.
백화점 및 유명 「디자이너」의 기성복 판매장도 눈부시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자체생산 기성복의 78년 맞춤액이 25억윈, 유명 「디자이너」 (7개점포)의 매출액은 약 4억원.
미도파는 각각 20억원 및 8억원 (유명 「디자이너」점포가 17개).
이것은 전년보다 60∼1백20% 중가한 것이다. 금년 매출 목표도 지난해에 비해 1백% 늘려잡아 두배. 자체생산 기성복의 판매목표는 90억원.
기성복 생산·판매에서 어려운 것은 평균 40%에 달하는 재고품 관리 및 한국 사람에 대한 표준 규격이 없는 점이다.
기성복은 효용성·경제성·간편성이 생명. 주문복에 비해 값도 싸고 옷을 맞추고 찾는 번거로움이 없어 좋다.
옷 한 벌 해 입으려고 10여일이나 기다린다는 것은 바쁜 도시인에겐 아쉬운 시간.
또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수준향상으로 소비자의 옷가지수도 늘어나는데 일일이 맞추어 입을수는 없는 형편이다.
기성복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나라의 기성복시장은 1천2백억원 규모.
이들 유명 「브랜드」와 군소업체가 반분한 것으로 추점된다.
유명 「브랜드」 기성복의 매출은 남성복이 약 1백50억원, 여성복이 약4백50억원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남자들은 대부분이 아직 기성복보다는 마춤복을 즐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년의 기성복 시장은 지난해보다 40%정도 늘어난 1천7백억원으로 계산된다.
이 시장을 두고 삼성· 우도·송림·「코오롱」 등의 유명 「브랜드」 회사는 판매망 확장 (서울 25곳, 지방 35곳 정도)과 제품 선전 강화 등을 통해 기성복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에선 기성복의 보급률을 신사복 7%,여성복 12%로 보고있다.
지난해 우리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천2백42 「달러」.
1천「달러」만 넘으면 기성복의 보급률이 가속도로 늘어난다고 한다.
일본만 해도 65년 1천「달러」 소득 때 보급률이 10%에 그쳤으나 지금은 80%로 급신장했다.
「유럽」의 90%와 미국의 95%와 보급률에 비하면 우리 나라의 보급률은 극히 낮은 수준.
그만큼 국내시장의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한월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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