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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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만의 운명은 날로 궁금하기만 하다. 미·중공의 밀월을 보면 하루 이틀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것 같지는 않다. 막연한 심증이지만 적어도 미·중공사이엔 신사협정쯤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하는 추측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의 신사는 말쑥하고 예의 바르고 체면을아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힘을 가진자만이 언제나 신사다. 따라서 「신사협정」이란 감상적인 연문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최근 대만의 장래를 둘러싸고 생소한 용어들이 등장하고 있어 더한층 흥미를 끈다. 대북발 한 외신은 대만의 소식통을 인용한 말 가운데 『국제적 인격을 지닌 별개의 실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대만은 그들의 장래가 그런 성격의 존재이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독립된 국거』라고 하면 될것을 이처럼 철학용어까지 동원해야하는 대만의 심정은 오죽할까.
「별개의 실체」라는 말은 일찌기 「카터」 미국대통령이 사용한바 있었다. 멀리 「팔레스타인」의 독립문제를 놓고 「카터」는 「폴리티컬·엔티티」(정치적 실체)라고 했었다. 그는 원래 「팔레스타인」의 「홈·랜드」라는 표현을 했다가 이보다 진일보한 상태로 「엔티티」라고 표현했다.
역시 그것은 철학용어다. 실존·본질·존재등을 뜻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말이다.
이것은 어딘지 대만의 문제가 정치아닌 철학의 경지에까지 접어든것 같아 한층 우수를 자아낸다.
국제정치학에선 「국가의 성립」에 관해 두가지 학설이 대립하고 있다. 「창조적 효과설」과 「선언적 효과설」. 한 나라의 국제법상 주체성을 다른나라로 부터의 승인에서 찾느냐, 아니면 그 스스로의 선언에서 찾느냐의 견해차이에서 비롯된 주장들이다.
선언적효과설의 입장에선 누가 뭐래도 대만은 하나의 중국속에 포함되기 보다는 「엄연한 독립국가」로서 존재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승인하려 하지않는 쪽과의 관계에 있다.
등소평은 한결같이 「대만과의 평화공존」을 인정하면서도 「하나의 중국」을 주장한다. 실로 기묘한 논리다. 「하나의 중국」 속에 두개의 판이한 이념과 통치자와 군대가 공존한다니 말이다. 대만인의 생활수준조차도 떨어지지않게 보강한다는 것이다. 마치 어항속의 금붕어를 두고하는 말같아 불쾌한 느낌마저 든다.
이른바 국가의 개념이 시대의 발전과는 달리 원시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가」의 객관성보다는 「주관성」이 강조되는 국제사회에서의 논리는 「비약」이라기 보다는 「후퇴」인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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