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비「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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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동차·세탁기·「에어컨」등 내구소비재의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점화되기 시작한 소비「무드」는 금년들어 더욱 가속될 추세다.
78년 중「에어컨」·「피아노」· 승용차는 원년보다 2배 이상 팔렸다한다.
심지어 「에어컨」같은 것은 한겨울 철에도 불티나듯 팔리고 있다.
업계의 추산에 의하면 금년의 소비증가율이 냉장고 77%, 승용차 71·4%,「피아노」2백18%, 「에어컨」 6백 67%에 이를 전망이다.
공급면에선 아직 성숙단계에 미달했지만 수요면에선 대량소비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느낌이다.
때문에 곳곳에서 물자부족소동이 일어나고 있다.「피아노」·「에어컨」등은 예약금을 주고 몇 개월씩 기다려야 겨우 물건을 살 수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내구소비재의 소비증대는 어느 정도까진 이해할 수 있다.
국민소득이 1천「달러」선으로 넘어서면 내구성소비재의 수요가 급격히 느는 것이 보통이다. 대양생산·대량소비는 원가절감을 가져오고 이것은 다시 대량소비를 자극한다. 일본도60년대 초에 소비「붐」이 일어나 소의『3종의 신기』라고 하는 TV·세탁기·냉장고가 폭발적으로 팔렸다.
이것이 60년대 후반에 들어 더욱 고급화하여「컬러TV」·「에어컨·(쿨러)」·승용차(카)등 3C시대로 옮아갔다. 소비면에서 볼 때 한국소비「붐」은 벌써 3C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소비「붐」을 과연 고도성장의 풍성한 결실이라고 기뻐만 할 수 있을까.
우선 공급능력을 훨씬 상회하는 고소비「붐」이 모두 실질소득의 증가를 반영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최근의 소비「붐」엔 소득증가와 더불어 「인플레」에 대비한 환물심리가 큰 작용을 했다. 특히 금년 들어서도 정부가 어떤 공약을 하건 일반국민들은 물가에 대해 매우 불안감읕갖고 있다.
실질 소득면에선 사기가 힘들지만 안사면 더 오를지 모르니 미리 사둔다는 심리가 상당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또 현재의 우리나라의 형편에서 이러한 고소비를 과연 감당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우리나라는 우선 기본적으로 막대한 국방비 부담을 안고 있고 또 중화학공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정된 자원에서 이런 불가피한 부문에 자원을 돌리면 소비 할 수 있는 여유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지속적 성장을 위해선 국민 저축률의 증대가 부가피하고 이는 소비절약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
일본에 소비「붐」이 일어났던 60연대 초에 일본의 국민 저축률은 35%를 넘었다. 내구소비재를 많이 샀지만 분수에 맞게 샀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 저축률은 25%선이다. 같은 개발도상국인 대만은 30%가 넘는다.
특히 가계 저축률을 보면 일본은 국민소득 1천 「달러」선이었을 때 16%선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6%에 불과하다.
국민계정상의 지출구조로 보거나 또 요즘 시중에서 느낄 수 있는「무드」로 보거나 우리나라의 소비수준은 확실히 분수를 넘은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풍성한 소비를 즐기면서 자주국방·중화학건설·수출증대, 또 요즘 급격히 요구되고 있는 사회개발이 동시에 충족될 수는 없을 것이다.
소득수준의 증가에 따라 내구소비재의 수요는 자연히 늘어나는 것이고 또 이에 대해선 공급 능력면에서 준비를 해야하지만, 증가「템포」가 너무 급격하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내구소비재가 큰 파동없이 각 가정에 보급되려면 이부문의 시설증대와 아울러 가수요의 제거에 의한 소비건전화가 동시에 이뤄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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