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어린이 가르치기 16년 특수교재도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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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캄캄한 어둠 속에서 물체를 어떻게 익힐 수 있을까? 눈먼 어린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체계적인 교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되어 주목을 끌고있다.
선천적으로나 지각이 발달되기 전에 시력을 잃어버린 어린이들이 청각과 촉각 등 감각으로 사물을 익히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지만 이를 가르치는 교사들도 고충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처음으로 맹교육(맹교육)용 교재를 펴낸 사람은 성심맹아학교(충북충주시지현동367)의 교장 노신기 신부(52·미국인)와 박봉순 교사(32·여).
맹아교육은 전문적인 교재가 없이 일반 정상아들이 배우는 국민학교 과정의 교재를 점자로 만들어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신체적·정신적으로 뒤떨어지는 맹아들에게는 이해가 어려워 청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도 공간과 사물에 대한 개념이 막연한 실정이었다.
10여년동안 눈먼 어린이들을 지도해 오면서 이 같은 실정을 절실히 느낀 노신부와 박교사는 이들에게 쉽게 사물을 익히게 해줄 수 있는 교재연구에 나섰다.
처음에는 국내에서는 맹아교육을 위한 전문교재가 단 한 권도 없는 것에 실망했으나 결국 미국의 맹인학교에서 3년간 실험, 성공한 교재를 구입, 우리 실정에 맞게 번역해낸 것. 「촉각교재」(지난해 2월 발행)와 「맹아동의 개념개발」(지난해 9월 발행)등 2권이다. 『촉각교재』는 여러모양의 물체를 나무 또는 고무로 만들어 손으로 직접 만져보게 하여 물체의 원형을 익히고 이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맹아동의 개념개발』은 공간(자세·위치·방향·거리 등)에 대한 지식을 가르쳐주며 반복연습으로 주위환경을 쉽게 알도록 한 것이다.
작년 3월부터 이곳 맹아들에게 이 교재틀 사용하여 가르친 결과 종전보다 이해가 빠르고 물체의 개념을 쉽게 파악하며 가르치기도 훨씬 수월한 것이 입증됐다.
이에 대해 서울맹아학교 김일용 교사(41)는 『맹아들을 위한 교재로서 원리와 체계를 갖추어 발간된 것은 처음이다. 전국 11개 맹아학교의 1천5벅여 어린이들에게도 보급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신부는 6·25당시 참전용사였으나 헐벗은 어린이들을 보고 평생 가난한 이들을 돕기로 결심, 신부가 되어 한국에 온 후 16년째 맹아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충주=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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