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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정식품을 몰아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서울마포구창전동 박영애양(9)과 동생 대식군(6) 남매는 지난해 11월l2일 집 근처 구멍가게에서 산 팥빵을 먹은 뒤 1시간도 채 안 돼 갑자기 배를 움켜잡고 뒹굴었다.
당황한 어머니 이순애씨(34)는 이웃사람들의 도움으로 남매를 업고 병원으로 뛰어가 진찰 결과 식중독에 의한 급성 장염이란 진단을 받았고 박양 남매는 10일 동안 앓았다.
어머니 이씨가 살펴보니 박양이 먹다 남긴 빵의 팥고물이 변해있었고 「메이커」표시도, 「비닐」포장도 없어 먼지가 시커멓게 앉아있었다.
더위가 한참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8월 서울강서구화곡동산70 서영섭씨(36)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집앞시장 「리어카」행상에게서 1개 50원짜리 빙과5개를 사서 가족 4명과 함께 나눠먹은 뒤 모두 3일 동안 꼬박 설사를 했다.
식품위생은 생명과 직결되는 생활의 기본이 되는 것.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유해색소를 넣은 알사탕에서 대장균이 우글거리는 빙과류, 방부제 섞은 빵, 물들인 고춧가루, 석회로 굳힌 두부, 폐유 섞은 참기름, 수은으로 기른 콩나물, 「하이타이」섞은 맥주, 꽁초「코피」등…불량식품이 너무도 많다.
특히 국민학교 주변과 각 시장노점에는 푼돈을 노린 불량사탕, 튀김과자·풀빵, 뻥튀김 등이 위생을 외면한 채 먼지 속에 마구 팔려 어린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농약 묻은 번데기를 사먹고 10명의 어린이가 숨졌고 20여명이 심한 중독증세를 일으켰던 대참사와 살충제 묻은 과자를 먹고 어린이 4명이 숨졌던 사고(7월말)는 식품행정의 구멍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더구나 국민교어린이 7천8백여명이 급식빵을 먹고 집단식중독(77년9월)을 일으키기도 했고 같은 해 여름철에는 유명식품업소에서 만든 사탕·라면에서 구더기가 나왔다.
전국의 식품제조업소는 1만4천61개소. 이중 종업원 10명 미만의 영세업소가 무려 96%인 1만3천4백여개소로 불량식품의 근원이 되고있다.
이들 일부 영세업소와 수천개로 추산되는 무허식품제조업소는 위생시설도 없이 가마솥 몇 개와 간단한 제조기계만 갖추고 빵·과자류·반찬류·식품첨가물 등 불량식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유명식품회사와 제과점의 제품도 불량품이라는 사실.
서울성북구삼선동5가94의4 박경숙양(16)과 전남여수시관문동4통4반 김모씨(38) 등은 지난 8월 유명「메이커」에서 만든 「알밤·케이크」를 동네가게에서 사 뜯어보니 담배꽁초와 딱정벌레가 각각 나왔다고 당국에 고발했다.
또 보사부와 검찰이 9월에 서울유명제과점의 제품을 검사한 결과 태극당·「뉴욕」제과 등 4개 업소에서 만든 빵의 「크림」과 「잼」에 대장균이 허용기준치를 3배나 넘었다.
식품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량식품사태를 막기 위해 「파리쫓기식」이 아닌 철저한 단속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식품제조업자들이 불량식품으로 인체를 좀먹게 하는 파렴치한 짓을 하지 않도록 양심을 되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길거리에서 불량식품판매가 판치던 「싱가포르」·대만 등은 최근 불량·유해식품 제조판매자에 대해 10년 이상 무기징역에 처하는 등 강력한 단속을 펴 불량식품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보사부는 최근 식품사고가 잇달아 일어나자 ▲식품제조업체에서 「자가(자가) 품질관리기준」을 마련, 식품제조공정·규격·유통·관리체제를 스스로 갖추도록 의무화했고 ▲부패·변질식품방지를 위해 제품표면에 보관방법·교환장소를 명시해 반품체제를 확립토록 했으며 ▲식품제조 연월일을 일정표기 이상으로 표시토록 규격화했다.
또 중앙유해식품 특별단속 대책본부는 78년 한해동안의 단속실적을 「컴퓨터」로 집계, 계절과 지역별로 드러난 취약식품과 문제점을 분류, 새해부터 단속을 효율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이와 함께 불량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왕성한 고발정신」과 보건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적용한 강력한 단속·처벌이야말로 유해식품을 막는 첩경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광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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