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강대국들의 입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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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나이로비=장두성 특파원】「라자나트남」「싱가포르」외상은 지난 7월「베오라드」에서 열린 비동맹 회의에서 꽤 충격적인 말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제3차 세계 대전은 이미「아프리카」등 비동맹 권에서 시작되었다고 선언했다.
그는 강대국이 핵무기로 무장하고 있으니까 자기네끼리는 싸우지 못하고「아프리카」 「아시아」「라틴아메리카」등지에서 심리 전쟁에 의한 3차 대전을 벌이고 있다고 상당히 감정적인 주장을 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실을 확대해서 보더라도 그의 주장은 좀 과장된 것 같다.
다만 앞으로 전개될 남「아프리카」지역의 흑백 주권 투쟁이 그렇게 될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중의 하나를 그의 경고가 예시했다고 본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독립 시대부터 지금까지「아프리카」에서 간헐적으로 일어난 분쟁의 성격을 동서 이념의 차원에서만 보는데는 약간의 무리가 있다.
「콩고」「비아프라」「이디오피아」「앙골라」「모잠비크」, 그리고 최근에 가열되고 있는「로디지아」주변의「게릴라」전 등 대개의 사태는 식민지 시대의 유산을 정리하는 신생국의 진통이라는 특징을 1차적으로 지니고 있다.
그러한 진통은 반식민지 해방운동. 신생국 내부의 갈등 및 그런 요인을 이용해서 스스로의 이권을 보호하려는 구 식민 세력의 암투 등이 얽혀서 일어난 것이다.
그러한 분쟁 요인을 소련과 미국이 자신들의 세력 싸움으로 적극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는다. 여기에「쿠바」가 끼어 들어 미-소간의 대결로 사태를 첨예화시킨 것이 「앙골라」와 「자이레」의「샤바」 침공 사태였다.
현재의 사태를 놓고 그것이 소련의「아프리카」적화 전략이라고 보는 미국의 강경파들은 소련의 움직임이「데탕트」(화해)의 균형을 깨뜨릴 정도로 심각하다고 경고하기도 하고(브레진스키)궁극적으로 서방의 자원 공급 로를 차단하려는 위협(「헤이그」「나토」사령관)이라고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반대 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이 견해에 따르면「쿠바」군이 소련무기로 무장을 하고 「앙골라」에 나타난 것은 미 중앙정보국(CIA)의 은밀한 사전 무력 개입이 불러온 필연적인 결과(「스톡웰」전 CIA「아프리카」책)라는 것이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의 보고서와 전 CIA 국장「윌리엄·콜비」도 이 주장을 확인하고 있다.
「아프리카」사태에 관한 한 노 회한「유럽」쪽에서도 소련의 침투를 발등에 떨어진 불로 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러한 견해는 "백인 식민 세력을 몰아낸「아프리카」가 새로운 백인 식민 세력(소련)을 맞아들일 이유가 어디 있는가" 라는 소박한 생각에서부터「유럽」이 장악하고 있는「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믿는데서 오는 자신감이라는 현실적인 계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견해는 또「이집트」를 비롯해서「소말리아」·「수단」등에서 소련이 맛본 외교적 패배를 예로 지적하면서 소련에 대한「아프리카」의 유인은「이데올로기」적인 것이라기보다 상호간의 실리에 따라 언제든지 이합 집산 할 수 있는 통상적인 국가 관계라고 주장한다.
이 두 견해를 넓은 기준에서 보면 서로 모순된 건 아니다. 두 견해는 초점을「아프리카」자체에 맞추느냐, 동서 세력 싸움에 맞추느냐는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데 위험한 것은 남부 「아프리카」사태를 싸고 이두 견해가 차츰 일치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위험성이 있다.
현재 영-미가 백인 정권에 압력을 가하면「로디지아」와「나미비아」에서는 실질적인 흑인 정권을 세우고 남아에서는 보다 덜 혹독한 인종 관계를 유도하려 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절박한 상황을 피해 보려는 노력이다.
그와 같은 노력이 다행히 성공한다면 예견되는 여러 가지 최악의 사태로부터「아프리카」를 보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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