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1인당 연간 3000건 맡아 … 충실한 심리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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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법원에 접수된 전체 상고 사건 수는 3만6110건이었다. 대법관 1인당 연간 평균 담당 사건 수는 3008건에 달했다. 대법원장과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으로 나눈 수치다. 2003년만 해도 1만9290건에 불과했던 상고 사건 수는 10년 새 두 배로 늘었다. 20% 선에 그쳤던 상고율이 36%로 급증한 탓이다. 이로 인해 상고심 심리가 충실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오연천 서울대 총장)가 17일 상고심 개선안을 내놨다. 대법원과 별도의 상고 법원을 신설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의 대법관 인원으로는 심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상고심 법원에는 경륜이 있는 법관을 배치한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2심인 항소심을 담당하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또는 법원장급 법관이 임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상고심 법원의 법관 수는 대법원과의 사건 분담 비율이 정해지고 나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자문위가 이 건의안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제출함에 따라 대법원은 곧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자문위가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실제 시행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그동안 국회와 변호사단체 등은 상고심 개선안으로 대법관을 증원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 상실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상고심 법원 사건과 대법원 사건을 분류하는 기준이 모호한 점, 비슷한 사건에서 두 법원의 결론이 다르게 나올 경우 이를 해결할 방안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진녕 대한변협 대변인은 “사실상 4심제로 갈 가능성이 생기는 데다 대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등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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