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해 4% 성장 조건 제시한 OEC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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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경기 하락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단기 재정정책과 같은 부양책을 써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4% 달성을 위해 제시한 핵심 권고사항이다. 17일 내놓은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서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으로 소비 부진이 지속되면 기준금리 인하(통화정책)와 추가경정예산 편성(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OECD는 평균 2년 주기로 회원국의 경제동향·정책을 종합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한국 보고서는 1994년 처음 나온 이래 14번째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이 경기부양을 할 여력을 충분히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정부 재정수지가 양호하고 국가채무비율이 낮다는 것이 그 근거다. 다만 경기회복세가 이어진다면 부양책 없이도 4%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근래 계속되고 있는 원화가치 상승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분석했다. “내수·수출 균형경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는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와 부동산 침체를 꼽았다. OECD는 “가계 빚 연체를 줄이고 주택시장을 회복시켜야 대내 불확실성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성장을 위한 중장기적인 정책 대안도 밝혔다. 창조경제 촉진 방안으로는 “중소기업 지원을 점차 축소하되 창업 초기 기업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시장 진입 제한은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MF, 올 미국 성장률 2%로 낮춰=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16일(현지시간) 올해 미국 경제가 2% 성장에 그친다고 예상했다. 4월 예상치 2.8%에서 크게 낮춘 것이다. 성장률 하향은 주로 1분기의 마이너스 성장 때문이다. 미국은 수십 년 만의 혹한으로 지난 1분기 마이너스 1%의 역성장을 경험했다. IMF는 미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3%를 유지했다.

 IMF의 미국 경제 평가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중기 전망과 금리 정책 권고다. IMF는 이날 단도직입적으로 “투자자들의 예상보다 더 오래 정책 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유지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시장은 대체적으로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중반께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으로 관측하는데, IMF는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추라는 것이다. IMF는 그 근거로 2017년 말까지 미국 경제가 ‘낮은 인플레 속 완전고용’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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