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분위기속 선택의 한표|10대 국회의원 뽑던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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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민권의 대열이 줄을 이었다. 제10대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 날인 12일 전국 1만1천7백52개의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한표의 주권을 행사하려는 시민의 대열이 늘어섰다. 유신헌법 아래 두번째의 총선, 타락선거라는 일부 비판속에 진행됐던 열전 18일간의 흥분은 가라앉고 투표하는 시민의 표정은 조용하고 차분했다. 이날 전국의 날씨는 곳에 따라 구름이 끼였으나 대체로 맑고 예년보다 포근했다.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이 저조할것에 대비, 새벽부터 기권방지를 계몽하는 방송을 하며 투표독려를 했다. 일부 유권자들이 무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선관위가 우려하는 가운데 6년만의 주권행사를 빠뜨리지 않으려고 입원환자가 「앰뷸런스」에 실려 투표장에 가거나 출장중에 급히 돌아와 투표하는 열성유권자도 있었다.
임시 공휴일인 이날 유권자들은 일찍 투표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교외를 찾기도 했다.
내무부는 전국경찰에 갑호비상근무령을 내리고 투·개표 과정의 부정을 색출토록하는 한편 경찰서마다 가벼운 경범 피의자를 훈방, 투표에 참여토록 했다.
이날 하오2시 현재 두드러진 투표사고는 없다.

<장수군 하오담부락 상오10시 투표끝내>
○…전북 장수군 반암면 하오담부락 투표자 87명 가운데 부재자 1명을 제외한 86명이 상오 10시10분 투표를 모두 끝냈다.
이들은 투표를 빨리 끝내고 일터로 나가자고 결의했다는 것.

<극장암표상 훈방>
○…서울 K극장 앞에서 암표를 팔다가 적발된 이익현씨 (40·서울서대문구 신사동 237의 33)는 즉심에 넘겨지기 직전 반장인 아내로부터 주민들에게 배부해달라고 부탁받은 투표통지표 13장을 갖고 있음이 밝혀져 훈방.

<식권돌리다 연행>
○…12일 상오9시30분쯤 서울성북구 하월곡3동 동사무소투표소 부근에서 이 동네에 사는 박영분씨(42·여)와 김은순씨(39·여)가 기호1번이 찍힌 공화당·성북구 후보 명함과 도장이 찍힌 식권을 투표하러 오는 유권자 에게 돌리다가 신민당원에 의해 발견돼 성북서 월곡 파출소로 연행됐다.
또 이날 상오8시40분쯤 성북경찰서관할 경동파출소 앞에서 김용석씨(34·성북구 삼선동 3가53)가 기호1번이 찍힌 공화당 후보의 명함과 식권을 돌리다가 신민당원들에 발견, 고발됐다.

<전깃불 안와 촛불로>
○…서울 노량진 국민학교 별관에 마련된 제9선거지구노량진1동 제3투표소에서는 전기배선불량으로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투표가 시작된 뒤 15분 동안 촛불을 겨놓고 선거인 명부를 대조했으며 칸막이가 있는 기표소 안은 촛불조차 없어 작은 투표 용지에서 자신이 선택한 후보자를 찾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첫번째로 투표를 한 이정덕씨 (46·여·노량진1동72)는 『모후보 선거운동원으로부터 잘부탁한다는 선물을 받았지만 내가 처음부터 택한 사람에게 한표를 던졌다』고 했다.

<출장갔다 급히 상경>
○…회사일로 부산에 출장갔던 박종훈씨(31·H산업사원)는 12일 상오6시50분쯤 제50열차 통일호편으로 상경, 「이번 투표를 하지 않으면 12년만에 한번 할 것 같아 출장일정을 서둘러 마치고 밤차로 올라왔다』며 투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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