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무장간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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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3주 동안 북괴의 3인조 무장 간첩이 충남·경기 등 세 곳에서 4명의 양민을 무참하게 학살했다는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또 다른 3인조가 대구지역에서 포착됐다고 한다.
선거를 앞두고 북괴의 대남 공작이 보다 가열화 한 징조로 보인다.
이번 무장간첩의 살인극은 68년11월 울진·삼척에 침투한 공비들의 만행을 상기시킨다.
우선 무차별적인 잔학 행위가 그렇다. 일부러 부락에까지 들어와 인명을 살상하려한 흔적은 보이지 않으나, 일단 부닥친 사람은 모두 다 살해해 버렸다.
양민 살해 행위 그 자체가 그들의 침투목적의 일환이든 아니든 그들에게 불리한 단서가 될 사람은 모두 죽이라는 지령을 받고 있었던게 분명하다.
이러한 무차별적인 살해행위를 통해 도주의 편의를 꾀한다는 생각 외에 우리의 후방질서와 민심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음흉한 계산이 있었던 것 같다.
침투 증거를 남기지 않음으로써 무장 간첩의 잔학 행위를 우리 내부의 질서 파괴 행위로 몰아붙이려는 저의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이번 경우는 이들이 침투, 잔악 행위를 감행하게 된 시기에 주목할 여지가 있다. 이들이 최초로 포착된 것은 부녀자 2명을 살해한 지난7일 충남 홍성에서다. 따라서 침투시기는 적어도 11월7일 이전이라는 얘기가 된다.
이는 68년10월30일부터 11월2일 사이에 북괴 무장공비 1백20명이 침투하여 한달여 잔학 행위를 자행했던 울진·삼척사건 10주년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이번 무장공비의 복수조 침투에서도 선거를 앞둔 시기에 울진·삼척 사건을 재연해 보려는 북괴의 의향이 간취되는 것이다.
다만 당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침투 및 공작이 그 때는 거의 공개적이었던데 비해 이번에는 극히 비공개적이란 점이다. 그들의 잔학 행위를 우리 내부의 문제로 몰아붙이려는 사기성이 두드러지는 측면이라 하겠다.
저희가 파놓은 남침용 땅굴을 북침용 땅굴이라고 우겨대는 판이니 저들이 또 무슨 후안무치한 주장을 할는지는 너무나도 뻔하다.
이번 살인극을 저지른 북괴의 저의가 어떻든 우리는 저들의 기도가 또 실패했다고 단언한다.
저들이 이런 만행극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공포에 질리고 사기가 떨어지리라 기대했다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북괴의 호전성과 비 인도성에 대한 경각심만을 고취시킬 뿐이다 이러한 만행들이 그동안 우리의 반공 의식을 높이고 안보태세를 굳게 해 온 경험을 우리는 지니고 있다.
그런 면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건을 통해 북괴의 김일성은 사실을 제대로 보는 눈도, 정치적 감각도, 스스로에게 유리한게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사실만을 결국 만천하에 드러낸 꼴이다.
우리로서는 이러한 북괴의 사기극과 억지를 분쇄하기 위해서도 기필코 살인간첩을 색출, 소탕해야 하겠다. 그러려면 군·경·예비군은 물론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필요한 국민의 협력을 얻고, 불필요한 억측과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 간첩작전도 성격에 따라선 공개적으로 수행하는 융통성이 필요함을 지적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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