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돈 마련위해 범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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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문일답>최는 경찰에서 『전세돈을 마련키 위해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다음은 경찰이 밝힌 최와의 문답이다.
-어린이를 죽여야 할만큼 돈이 필요했나.
▲지난 12일 신당동집 전세금 30만 원을 빼내 창신동으로 옮겼는데 30만원 중 20만원을 동거중인 여자가 잃어버려 계약금 2만원만 주었기 때문에 주인으로부터 독촉을 받아왔다.
-지희양 집을 택한 이유는?
▲지난 9월18일부터 지희양네 차를 몰아오면서 세 차례나 홍씨농장(중북괴사군 소재)에서 밤 등을 갖고 「아파트」에 드나들었기 때문에 가족들과 얼굴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지희양의 「피아노·레슨」 때문에 매주 월요일 차에 태워주었기에 쉽게 문을 열어주리라 생각했다.
-어린 지희양을 굳이 죽일 필요가 있었는가.
▲처음에는 물건만 훔쳐 갖고 나오려했다. 경우에 따라 지희양을 묶어 놓으려 했으나 『도둑이야』소리치며 『아버지한데 이르겠다』는 말에 순간적으로 겁이 났다.
-만약 지희양 어머니가 있었으면 어떻게 할 뻔 했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사장집에 갈 때는 돈을 훔치려는 생각에 몰두해 있었기 때문에 부인이 있더라도 위협해 목적을 이루려했다. 부인이 있었으면 오히려 반항하지 않아 살인은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범행 후 왜 도망가지 않았나.
▲태연한 체하는 것이 도망치는 것보다 터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초조하기는 했지만 사건이 잊혀진 뒤 사직하려 했다.
-지금 심경은.
▲너무 큰 죄를 지었다. 후회한다.
한편 현장검증을 마친 최는 잠시 기자들과 말을 나눴다.
-당신이 지희양을 살해한 범인이냐.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목이 마르다. 물 좀 마시자.
(최가 물을 마신 뒤)
-범행동기가 전세금을 마련하려고 했다는데…
▲전세금 때문은 아니다. 순간적으로 저지른 것 같다 -지금 심경은 어떤가
▲할말이 없다

<사용 칼서 기름냄새>

<검거>
경찰은 범인 최가 사건발생 2일 전인12일 신당1동241의110호에서 창신동으로 이사갔는데 전세금을 잃어버려 돈이 모자랐고 전과3범이며 여성관계가 문란한 점 등을 알아냈다.
경찰은 또 17일 2차 현장검증 결과 범인이 사용한 칼과 피를 닦았던 양말에서 기름냄새가 나는 것을 발견, 범인이 유류취급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최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현장검증>
경찰은 22일 상오8시30분 서울지검 영등포지청 이경재검사 지휘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최는 이날 손이 묶인 채 붉은 색 T「셔츠」에 회색·「잠바」·감색바지차림으로 현장에 도착했다.
지희양의 역할은 남자어린이가 대신했다.
최가 지희양을 돌로 내리치는 순간을 재연할 때 현장검증을 지켜보던 지희양의 아버지 홍씨와 큰오빠만 만기군(22)은 분을 참지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범인에 욕설 퍼부어>

<시민들>등교길에 최의 현장검증 장면을 본 2백 여명의 여의도국교 학생들은 『저 사람이 우리 지희를 죽인 나쁜 아저씨』라며 손가락질하는가 하면 주위를 둘러 싼 주민들은 『죽여라』『×새끼』 등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지희양 집 바로 아래에 사는 A동1401호 주인 김정희씨(43·여)는 『끔찍하다. 이런 일이 어찌 있을 수 있겠는가. 자기도 자식이 있는 사람이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럴 수 있겠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어린이에게 애정을>
▲윤석단씨(새싹회장)=남의 생명이나 힘이 없은 아이를 노리는 것도 통탄할 일이지만 「죽기밖에 더하랴」는 식으로 자기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돼 있다.
이런 자기 자신의 생명을 우습게 여기는 풍조가 이번 사건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것 같다.

<핏자국 못 찾아>

<의문점>경찰은 사건발생 7일만에 진범을 잡았다고 발표했으나 자백을 뒷받침할만한 물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가 범행 때 입었다는 「잠바」를 찾아내기는 했으나 이미 15일과 20일 두 차례나 세탁했기 때문에 핏자국을 찾기 어려우며 가장 중요한 「다이어」반지룰 찾지 못했다.
최는 범행다음날인 15일 하오「다이어」반지를 동대문시장 부근 우주사(주인 송명규·51)에 펼려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주인 송씨는 최를 본 일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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