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세제의 연성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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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하천의 수질보존과 식수오염방지를 위해 시판되고 있는 경성 합성세제를 모두 연성합성세제로 바꾸기로 하고 내년 1월말까지 우선 가정용 경성세제의 생산을 전면 금지시키기로 했다.
합성세제의 연성화 조치는 뒤늦은 결단이라 하겠으나 빠른 시일 안에 공업용을 포함한 전 제품의 연성화가 기필코 여행되어야 할 문제다.
경성세제는 동·식물성 비누에 비하여 사용이 간편하고 상대적으로 값이 싸기 때문에 오늘날 웬만한 가정에서는 생활 필수품의 하나로 손꼽힐 만큼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제품의 형태도 세탁용 가루비누에서부터 과실·야채·식기를 씻는 액체세제, 그리고「샴푸」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하다.
그러나 경성세제는 그 구조상「박테리아」에 의해 분해가 되지 않는다는 결점을 갖는다.
때문에 사용 후 거품의 형태 그대로 하수로 흘러 들어가 강과 하천수질을 오염시키고 그것이 다시 자연의 순환과정을 통해 인체와 동·식물에 흡수 축적되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경성세제에 의하여 오염된 수질은 피부를 거칠게 하고 접촉성피부염을 일으키게 할 뿐만 아니라 장기간 인체에 흡수되면 용혈작용을 일으켜 마침내는 간 손상·암 발생 등 무서운 해독을 끼친다.
임신부가 합성세제로 오염된 물질을 먹었을 때 기형아를 낳는다는 실험과 임상보고도 수없이 발표돼 왔다.
그래서 서독은 62년도에, 미국과 영국은 65년도에, 그리고 일본은 66년에 이미 모든 합성세제를 연성합성세제로 대체하였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미 10여 년 전부터 각 욋과 대학 연구「팀」과 국립보건연구원, 과학기술연구소 등에서 경성세제의「인체유해론」을 여러 차례 지적해 왔었다.
이처럼「유해」로 낙인 찍혀 선진 외국에서는 이미 판금 조치 된지가 오랜 경성세제가 유독 우리 나라에서는 그대로 방치돼왔으니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견지에서 이번 정부당국이 합성세제를「경성」에서「연성」으로 바꿔 생산토록 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경성세제에 오염된 물은 여느 하수나 폐수와 달리 종말처리시설로도 정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성세제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길은 하루라도 빨리 그에 대해 엄격한 생산금지조치를 하는 길밖에 뾰족한 방도가 없는 것이다.
다만 이번의 정부방침이 단순한 관계법규의 개정이나 행정 지시만으로 그쳐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당국의 방침이 바뀌어도 국내 세제「메이커」들이 생산 시설 대체를 미루거나 원료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무허가 영세업자들이 만들어내는 경성제품들이 값싸고 쓰기 편하다는 잇점 때문에 그 나름의 판로를 계속 확보해 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국은 합성세제 생산업자들이 하루 빨리 시설을 변경하도록 독려하는 것과 함께 시설대체자금을 알선해 주는 등 실질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연성세제라고 해서 반드시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연성세제가 경성보다 물 속에서 분해속도가 다소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질오염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 같은 점을 감안하여 주부들이 지나치게 합성세제를 과신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계몽활동을 병행하고 동시에 신제품의 생산「메이커」에 대해서도 세밀한 주의문·희석 적 등을 표시하도록 완벽한 조치를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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