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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했다 1994 그때가 그리우면 가자, 청담동으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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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년간 변화를 거듭해 온 임페리얼 위스키 병을 한 자리에 모았다. 2, 3 임페리얼 20주년 엠블럼. 김영세 디자이너가 LP판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1990년대 시대상과 문화를 재현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여기에 열광했던 이들이라면 흥미로워할 볼거리가 있다. 10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청담동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과거가 현재와 만나다(THEN Meets NOW)’ 전시다. 행사는 타임머신을 타고 1994년으로 돌아가 당대의 패션과 음악·영상을 한꺼번에 선보인다.

‘90년대 문화 회고전’이라 불릴 만한 이 행사를 기획한 이는 국내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로 꼽히는 김영세(64) 이노디자인 대표. 주로 제품 디자인에 주력해 온 그는 이번에 페르노리카 코리아(대표 장 마누엘 스프리에)가 위스키 브랜드 ‘임페리얼’의 국내 출시 2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프로젝트에 협업 파트너로 선정됐다. 1994년 ‘임페리얼 12’가 나온 지 20주년을 기념하는 리미티드 에디션(11만원, 17일까지 신세계백화점 본점·경기점·센텀시티점·마린시티점 한정 판매)의 디자인을 청자와 백자, 4괘와 태극이라는 모티브로 풀어냈는가 하면 과거 20년을 되돌아보는 전시 기획까지 맡았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평소 ‘모던 코리아(Modern Korea)’를 모티브로 작업해 온 디자이너의 철학이 브랜드 컨셉트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밝혔다.

20년 전 우리가 열광했던 문화 코드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각자의 기억 속엔 어떻게 자리 잡고 있을까. 우리는 전시장에서 잠시 그 추억에 젖어 ‘응답’하면 될 뿐이다.

다시 만나는 90년대 아이돌 음악과 패션
“우리가 함께 만들 세상을 하늘에 그려봐요. 눈이 부시죠. 너무나 아름답죠. 마주 잡은 두 손으로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가요.” 전시장에는 H·O·T의 노래 ‘빛’이 흘러나왔다. 갤러리 특유의 고요함 대신 지오디, 김건모, 서태지의 히트곡이 이어졌다. 모두 가사를 보지 않고도 부를 수 있을 만큼 익숙한, 아니 반가운 노래들이었다.

귀를 과거로 되돌리자 전시장을 채운 마네킹들 역시 살갑게 다가왔다. 체크 주름 미니 스커트에 헐렁한 니삭스를 짝지은 핑클의 무대의상, 앞머리 한두 가닥을 앞으로 뺀 SES의 헤어스타일, 검은색 비니와 펑퍼짐한 힙합 바지로 대표되던 서태지 패션-. 당시 인기 가수들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낸 듯했다. 그중에서도 전시장 한가운데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마네킹은 단연 돋보였다. 헐렁한 바지에 무지갯빛 비니만 봐도 숱한 히트곡을 낸 김건모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90년대 유행 패션을 재현한 마네킹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워커부츠와 청재킷, 꽈배기 단추의 더플 코트, 여학생들의 로망이었던 GV2 브랜드의 멜빵치마까지,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었을 법한 최고의 유행 아이템이 하나하나 열거됐다. 긴 팔 티셔츠 위에 셔츠를 덧입거나, 셔츠를 허리춤에 매는 모양새는 당시 또래들이 너나없이 하고 다니던 스타일링이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옷과 소품은 실제로 20년 전후로 제작됐던 것들이다. 김 대표와 이노디자인팀은 유튜브와 신문 기사를 바탕으로 당시 유행했던 물건을 찾기 위해 동대문시장과 청계천 중고 시장을 뒤졌다고 한다. 일부 소품은 소장자를 수소문해 기증받기도 했다.

4 전시장 한 층 위에는 옛날 학용품과 놀잇감을 볼 수 있는 문방구를 재현했다. 5 전시장 전경. 90년대 패션 아이콘이었던 가수들과 당대 유행 스타일을 함께 선보였다. 6 9일 오프닝 행사에 온 손님들. 7 옛날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임페리얼 음악 다방’.

한눈에 보는 디자인·유행 변화 20년
패션에서만 20년 전 디자인과 트렌드를 발견하는 것은 아니다. 마네킹들의 손과 허리춤에는 김 대표가 작업해 온 다양한 제품들이 함께 전시됐다. 아이리버 MP3, 화장품 컴팩트처럼 생긴 바비 MP3, 가로본능 휴대전화, 유선 전화기의 꼬불꼬불한 연결선을 본뜬 이노웨이브 헤드폰 등이 패션 소품으로 등장했다. 이는 94년 전후 변화하는 국내 산업 디자인 변천을 한눈에 살피는 기회이기도 했다.

행사장 중앙에 설치된 동영상 작품 역시 과거로부터 현재를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94년의 명동 거리 모습이 비춰지고 난 뒤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지하철 4호선 이촌역을 잇는 지하보도 ‘박물관 나들길’이 화면에 나타났다. 태극을 현대적으로 구현하고 박물관 대표 소장품을 추상화한 공간은 디자인의 전통과 미래가 어떻게 연결돼야 할지를 시각적으로 제시하는 설치물이다.

김 대표는 “94년은 우리나라의 패션과 산업디자인이 크게 성장한 모멘텀”이라면서 “20년간의 변화를 느껴볼 기회”라는 말로 전시의 의미를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THEN)와 현재(NOW)가 만나다’라는 전시 제목의 뜻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마네킹이 보여주는 게 20년 전이라면 그것을 보러 온 사람들이 바로 현재가 되는 겁니다. 전시가 관람객을 만나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할 수 있죠.”

전시에 이어 17일과 18일에는 디자인 변화와 창의적 인재의 자질을 주제로 토크 콘서트도 열린다. 문의 02-3015-3130.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페르노리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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