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KB금융 낙하산 추태 … 지배구조 확 뜯어고쳐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금융권이 사상 최대 규모의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포함해 9개 금융기관의 임직원 200여 명에게 제재와 징계수위를 사전통보했다고 한다. 그동안 불거진 각종 금융사고와 비리사건에 대해 책임을 묻기로 한 것이다. 이번 대규모 징계조치로 금융권 전체의 신뢰는 금이 갈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이 동시에 중징계를 받고 계열사 임직원 120여 명이 징계대상에 오른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은 신뢰의 실추뿐만 아니라 당장 조직이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징계조치로 임직원들이 대거 퇴진할 경우 심각한 경영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도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반목을 그치지 않고 있으니, 징계수위를 떠나 이런 경영진에 거대 금융회사의 경영을 계속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KB금융은 그간 대형 금융사고와 비리사건의 단골 주역이었던 데다, 최근에는 전산망 교체를 두고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은행 이사회가 뒤엉켜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아수라장을 벌였다. 조직의 기강과 신뢰가 생명인 금융회사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추태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인으로서 최소한의 윤리나 책임 의식조차 망각한 저급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KB금융 경영진 전체의 인적 쇄신이 불가피한 이유다.

 문제는 이들이 퇴진한 이후다. KB금융의 내홍은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경영진 간의 불화와 갈등에서 빚어졌다. 확실한 주인도 없고, 신한이나 하나금융처럼 내부승계의 전통이 확립되지도 않은 KB금융에 또다시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면 결과는 뻔하다. 사외 이사들의 밀실담합으로 낙하산 인사를 되풀이하면 KB금융의 미래는 없다. 차제에 최고경영진 선임절차와 이사회 구성을 포함해 KB금융의 지배구조 자체를 전면적으로 다시 짤 필요가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낙하산 인사의 폐해에 뒷북만 칠 게 아니라 주인 없는 금융회사의 바람직한 지배구조에 대한 해법을 강구하기 바란다.